나의 걸음이 거북이 같아도

`비행기` song by 거북이

by 오정연

학창 시절, 목 놓아 부르던 학교 운동회 날의 응원가가 있었다.

딸아이에겐 TWICE `Cheer Up`, 거북이의 `비행기`, 나의 경우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윤수일의 `아파트`, 애니메이션 `캔디` 주제가였다. 거북이의 `비행기`, 20년도 더 된 곡인데 딸아이가 첫 생일상을 받기도 전에 발매된 곡을 학교 응원가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수 많은 사람들 속을 지나쳐 마지막 게이트야

나도 모르게 안절 부절 하고 있어

이럴 땐 침착해 좀 자연스럽게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겠죠

...

다들 처음 탈 때 이러지 않았나요

딴 데 봐요 신경 쓰지 마요

나 혼자 이런 게 나 좋아요

어떤 느낌일까 정말 새들처럼 나는 기분

세상 모든 것이 점처럼 보여지겠지

개구쟁이 거북이 비행기로 드디어 출발한다 - `비행기` 가사 일부

https://youtu.be/-CYezUeha1Q?si=vm1wkrpGX_k8rxKP

[Lyrics Video] Turtles(거북이) - Airplane(비행기)

이 곡은 일단 밝고 경쾌하다. 쿵짝 쿵짝 리듬에 맞춰 살랑이는 몸이 되는 발랄한 곡이다. 가사 또한 동화 적 순수함이 묻어 난다.

비행기를 탔던 친구가 부러웠던 어른이의 첫 비행 시승 과정이 가사를 따라 마치 함께 움직이고 있는 듯 눈 앞에 펼쳐진다. `처음`, `첫`이라는 단어가 앞자리에 붙여지는 경험들이 나이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쌓여간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시도하게 되었을 때의 긴장감, 설레임, 미리 상상해 보는 기대와 즐거움은, 시간이 흐른 뒤 회상해 봐도 꽤나 만족스럽다.


나의 경우엔 `두발자전거 타기`가 그랬다. 꼬마시절 세발자전거를 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던 시절을 지나 두발 자전거로 바꿔 타는 걸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호기심은 가득했으나 겁은 곱절로 많았던 내게 형제들의 폼 나는 자전거 타기는 부러움의 대상 이였다.

두발 자전거의 첫 시승식. 아버지가 뒤를 잡아주고 형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씩씩하게 타보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시간보다 너무 빨리 손을 떼신 아버지. 당연이 넘어질 수밖에 없었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경험들은 다들 처음이 두렵고 어렵고 불안정하다. 쌩쌩 달리는 것을 상상했건만 여러 날을 한발로 더듬거렸다. 자전거에 거의 매달리는 듯, 걷는 것보다 못한 형색으로 타던 자전거. 하지만 그럼에도 멋지게 타는 내 모습을 만나기 위해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어정쩡한 자세이든 말든 어찌됐든 그냥 타다보니 어느 순간 균형이 잡혀 굴러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달린다는 느낌보다 구불거리며 한 줄 곡예하는 모양새로 굴러가다 또 한쪽으로 넘어지기가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내가 자전거를 배운 계절이 한 여름이 아니라서 크게 다치지 않고 약간의 통증만 동반했던 것도 운이였던 것 같다.


아마 넘어지고 다친 걸로 `아 몰라 포기해` 로 방향을 틀었다면 평생 달리는 자전거의 속도감, 바람이 얼굴에 닿을 때의 간질거림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뒤에도 여러 날의 시행착오를 거쳐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타게 되었던 그날의 환희는 나만의 행복통장에 적립되었다. 그리고 몸으로 익힌 자전거 타기는 언제 어느 순간에 타더라도 그날의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뿌듯함으로 자리 잡았다.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겠죠` 가사에 담긴 대로 새들처럼 나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선 게이트를 통과하고 안절 부절한 마음도 다스려 가며 직접 탑승하고 경험해야 한다. 페달을 밟아 바람과 함께 달리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시트에 앉아 두 발로 균형 잡고 나아가는 연습이 꽤 오랜 동안 필요하다. `고통없는 보상은 없다`는 말처럼 말이다.


건강을 위해 마라톤 경기를 뛰는 사람들 얘기가 아름아름 들려온다. 대회 참가를 목표로 가까운 집주변 달릴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 틈나는 대로 몸을 풀고 체력을 다지고, 기본 스트레칭부터 하나씩 체계적으로 장시간 뛸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모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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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이런 게 나 좋아요` 가사처럼 그렇게 한차례 두 차례 여러번 연습하는 과정에서 `토끼와 거북이` 우화 속 거북이처럼 묵묵하게 앞을 향해가는 과정을 즐겨 본다면, `개구쟁이 거북이 비행기로 드디어 출발한다` 가사에 담긴 대로 정말 하고 싶었던 꿈을, 희망 사항을 이루는 그날 그 순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내 안의 거북이에게, 우리 주변의 애쓰는 거북이의 마음들에게 힘을 불어 줄 수 있는 노래와 씩씩한 응원을 보낸다. 더불어 스스로에게 `cheer up~` 하고 외쳐주길 바란다. 때로는 자주 꺼내 쓰는 말대로, 습관처럼 담은 마음대로, 세상이 움직여지는 매직이 통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의 걸음이 거북이 같아도 그럼에도 한발씩 내딛어 보자 cheer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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