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song by 한로로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던 국문학도 한로로. 그녀는 대학의 낭만과 생기를 누릴 시기에 `코로나팬데믹`을 겪었다. 그 기간 우리 역시 꽤 오래 이어지는 단절을 경험했다. 학교 수업, 친구들과의 온기 어린 접촉, 사회 문화적 교류가 메말라졌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재앙, 멈춰 버린 시절의 암담함과 불확실성의 한 복판에 그녀가 있었다.
단순히 그녀만이 일이 아니었던 것이 2021년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청년들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 고립감 등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발표와 더불어 상담센터를 찾던 청년들의 힘겨움도 곱절로 전해졌었기 때문이다.
‘ 화상이나 인강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적응하는 과정이 너무 당황스럽고 불안해요’
‘ 대학만 오면 캠퍼스에서 자유를 누릴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책상 앞이에요`.
’ 입시준비 하면서도 친구들과 만날 수 없어서 외로웠는데 여전히 고립감이 커요. 달라질 수 있을까요?`.
‘ 뭔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길을 잃은 기분이에요’
‘사회에 나갈 연습을 대학에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만날 수도 없고 배워 볼 기회도 없어요’.
‘ 학교축제도 그렇고 다들 누리고 경험했던 걸 왜 우리만ㅠ ... 억울해요’
https://youtu.be/pNi9PjmbUrI?si=zubpsG6fThcKO9ms
얼어붙은 마음에 누가 입 맞춰줄까요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바삐 오가던 바람 여유 생겨 말하네요
내가 기다린다는 봄 왔으니 이번엔 놓지 말라고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입춘’ 가사 일부)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을 즐기던 엄마 곁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스며들며 성장했다던 그녀. 제대로 음악을 배워나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획사에 연락했고, 2년여의 다듬는 과정을 통해 그렇게 입춘으로 데뷔를 하게 된다.
절기상 ‘입춘`은 예로부터 '입춘대길'(立春大吉:입춘을 맞이하여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는 뜻)을 적은 입춘부를 대문 기둥이나 대들보 그리고 천장에 붙였다. 그녀의 2022. 03. 14. 발매된 데뷔곡 `입춘`. 한로로 가 곡명을 `입춘`이라 정한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거리들 투성이더라도 그럼에도 내가 해 볼 수 있는 나만의 꽃을 피워 내겠다는 결연한 다짐이 담겼다.
"스물셋의 저는 봄이라는 계절이 마냥 설레지만은 않아요. 이 세상에선 나이와 책임질 것들이 비례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설렘보다는 두려움, 걱정을 앞세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으며, 저는 어정쩡한 자세로 올해의 입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많아진 밤, 무작정 길을 걷다 발견한 꽃은 저보다 강해 보였습니다. 나보다 늦게 꺾일 것 같았어요. 생각을 정리하고자 나간 건데 그 꽃은 더 많은 생각들을 제 품에 안겨 주었습니다. <입춘>은 산책을 끝내고 돌아온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그 꽃을 떠올리며 만든 곡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곡을 시작으로 지금껏 용기 내지 못했던 개화를 마음먹었습니다. 늘 그랬듯 부정적인 감정들 투성이지만요. 이제는 정말 싹을 트려 합니다." - 한로로 가 입춘 발매에 맞춰 sns에 남긴 글 일부
`마음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예수회 신부 ’ 앤서니 드 멜로‘의 말처럼 그렇게 인디계의 신인가수였던 한로로는 `사랑하게 될 거야`, `도망’, ‘시간을 달리네’, ‘금붕어’, '0+0' 등이 담긴 후속곡을 꾸준히 발매하였다. 그리고 2026년 1월 14일 대만에서 첫 단독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여전히 자신만의 음악 여정의 꽃을 피워 나아가고 있다.
그와 더불어 국문학과 출신답게 작가로도 등단해 꾸준히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고 있는 소설 <자몽살구클럽>으로도 자신의 무궁무진한 싹을 개화시켜가는 중이다. 그녀의 작가 데뷔작인 이 책의 소개글을 잠시 만나보자.
‘죽고 싶은 네 명의 아이들이 비밀 클럽 '자몽살구클럽'에서 만나 서로를 살리기로 한다. 각자의 모진 삶을 견디기 힘들어 모인 '소하', '태수', '유민', '보현'의 에피소드는 생존이라는 목표 아래 처절하게 전개된다. 마치 누군가가 겪어봤을 것만 같은 현실 묘사를 통해 한로로는 우리의 유년 속에 자리 잡은 다양한 아픔을 조명한다.’
친구가 아무 말 없이 1시간가량 늦게 와도 그냥 기다리는 성격이라는 그녀가 청춘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노래와 글이라는 귀한 재능을 풀어내었다. 이 소설은 2025년 3월 발매된 EP인 '자몽살구클럽'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책을 읽고 난 후 보는 뮤직비디오는 그래서 각 인물들의 고뇌와 생각들, 어려운 감정들을 보다 촘촘히 전해주고 있다.
그녀와 더불어 청춘의 초입에서 누구보다 씩씩하게 자신을 사랑해 나가는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이린 아이링 구의 당찬 모습으로 넘어가 본다. 아버지의 나라인 미국에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스키를 배웠으나, 어머니의 나라인 중국을 대표하다 보니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국제 정치와 경제, 문화와 맞물려 지난 7년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 된 그녀. 2026년 동계올림픽에서 두 개의 은메달을 거머쥔 뒤 갖은 인터뷰가 야무지다.
`저는 이제 스물두 살이니까, *신경가소성이 제 편이잖아요. 저는 말 그대로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 정확히 될 수 있어요.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정말 힘이 나는 일 아닌가요? 사실 저는 매일매일, 여덟 살의 내가 우러러볼 만한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과거의 어린 내가 오늘의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살면서 부릴 수 있는 가장 큰 `플렉스(Flex)라고 생각해요`
.......
저는 항상 수정하려고 노력해요.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래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될 수 있으니까요.` - 에이린 아이링 구( Gu Ailing Elieen)의 2026년 동계 올림픽 인터뷰 중 일부
한로로 가 `입춘`을 시작으로 개화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 다짐이, 그녀의 신경가소성을 촉진시켜 인디계에서 전국구로, 그리고 해외로 확장되는 길로 이끌었다. 그 기운에 힘입어 그녀의 2년 전 곡 `사랑하게 될 거야`도 멜론 TOP 10에 진입하며 2026년 초입 역주행되었다.
영원을 꿈꾸던 널 떠나보내고
슬퍼하던 날까지도 떠나보냈네
오늘의 나에게 남아있는 건
피하지 못해 자라난 무던한 뿐야
그곳의 나는 얼마만큼 울었는지
이곳의 나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후회로 가득 채운 유리잔만
내려다보네
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사랑하게 될 거야 가사일부)
https://youtu.be/EnJP71j33m8?si=Puut0rYl72RGsAyn
여리고 귀여운 인상의 그녀가 모던록이라는 씩씩한 장르를 또박또박 부르고, 수록된 가사엔 있는 그대로의 감정들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두려움과 걱정, 겁이 나는 감정을 뒤로하고 한발 짝 나아가겠다는 ‘입춘’을 거쳐, 피할 수 없고 해야만 하는 경험 속에서 피어올랐던 슬픔, 후회, 질투, 자책, 초초함 등과 같은 또 다른 힘겨운 감정들 역시 무던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아끼고 용서하고 사랑하겠다고, 이 곡을 듣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너를 아끼고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노래한다.
싱어송라이터로, 작가로, 그리고 또 어떤 영역으로 확장될지 모를 기대가 되는 뮤지션 한로로. 그녀의 곡들은 어느 계절에도 어울리지만 `입춘`과 `사랑하게 될 거야`는 올해 나의 봄에 더 많이 애정할 것 같다.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 腦可塑性 ]
이미 형성된 대뇌피질의 뉴런 간 연접관계가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것을 말한다. 감각신경에 의해 전송되는 정보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그 형태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출생 직후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강한 자극을 받으면 거의 활동을 하지 않던 시냅스가 활발해지고, 활발해진 시냅스는 이후에도 똑같은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출처: `상담학 사전`, 2016. 01. 15., 김춘경, 이수연, 이윤주, 정종진, 최웅용)
#스물셋 #입춘 #신경가소성 #한로로 #봄이라는 계절 #개화 #사랑하게 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