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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la Mar 27. 2020

스페인에서 보는 코로나 9. 마드리드 격리 근황 보고.

밖에 너무 나가고 싶은 나머지 강아지 인형을 산책시킨 사람

현지시각 2020/03/27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2시 작성.

코로나 바이러스 스페인 확진자 57,786명, 사망자 4366명.

마드리드 확진자 17,166명, 사망자 2090명.

내가 사는 마드리드를 보면 인구 1000명 당 2,3 명 꼴이다.  (물론 중증 환자만 검사한 결과이다.)  


한동안 글을 하루 이틀에 한 편 꼴로 올리다가 지난주부터 일주일 동안 글 쓰는 걸 멈췄다.

주변에서들 왜 요즘 글 안 올리냐고 혹시 아픈 것 아니냐고 물어보더라.

난 건강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단지 어두운 뉴스만 접하다보니 스트레스 받아서 잠시 잊기로 했을 뿐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할 땐 스페인 정부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당장 내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해서 하루 종일 뉴스를 틀어놨었다.

그런데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고 스페인 전 국민 자가격리를 시작하고서부터 뉴스를 보면 절망적인 소식만 들리더라.


- 하루하루 확진자, 사망자는 급증하고, 마드리드는 병원이 부족해서 호텔들을 병실로 바꾸고 마드리드 IFEMA 컨벤션 센터를 입원 시설로 싹 바꿨다.


내가 종종 일하러 갔었던 곳이고,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나도 월요일부터 이곳에서 이번 주 내내 한국에서 출장 오는 기업이랑 일하기로 되어있었다.

전 세계 국가에서 출장 와서 활발히 일하는 컨벤션 센터가 저런 곳으로 쓰이다니 충격이다.  


-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해서 은퇴한 사람들, 본과 4학년 의대생들까지 소집했다.

   현재까지 스페인 감염자 수의 10% 이상이 의료진이다.

  의료진들 마스크, 방역복, 그리고 산소호흡기 같은 의료장비도 부족하다고 한다.


- 호텔들, 컨벤션센터까지 병원 시설로 쓰는데도 부족해서 군인들은 지하주차장에 군용 텐트를 설치했다.


- 스페인 정치인들 <마드리드 주지사 아유소, 장관들, 정당인들, 카탈루냐 주지사 킴토라, 부주지사, 총리 부인, 총리 장인, 장모 등등>, 운동선수들 <축수선수들과 스태프들 집단감염>, 전 레알 마드리드 회장 등등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감염된 지 오래기 때문에 이젠 뉴스거리도 아니다.


-통행 금지령으로 바깥에는 경찰들이 순찰을 나와있다.

마트, 약국 같은 곳만 갈 수 있는데 그것도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곳만 가능하다.


경찰이 신분증을 달라하거나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줘야 한다.

개인적인 산책도 안된다.

하지만 유럽에서 동물들의 권리는 아주 중요해서 하루에 한 번씩 산책시켜야 하는 건 총리도 당부했다.

이 말은 개 키우는 사람들만 산책이 가능하다는 것.


이 외에 조항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 어기면 벌금이다. 최소 100유로에서 최대 60만 유로(한화 8억)까지 물 수 있다.

시행일이었던 3월 16일부터 지금까지 2만 건이 넘었다.

하루 동안 마드리드에서만 600건이 넘었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죽 나가고 싶으면 이런 사람들까지 생길까 싶다.

 남자가 강아지 인형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가 걸리는 바람에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많이 답답했나 보다.


이런 meme 도 올라온다.

<온 가족이 산책시킨 후 스페인 개들>

친구는 인스타그램에 지친 강아지 위에 <제발 나 좀 집에서 꺼내 줘>라고 올렸다.


요즘 일상에 웃을 일이 없으니 공감되는 짤? 같은 meme 보면 왜 이렇게 웃긴지.

집에서 혼자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위에 게시물 같은 거 보고 깔깔 거리며 웃고 있는 게 나의 하루 일과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이런 거 보지도 않았는데...

<마트 사재기  40  집에 갇혀있었던 우리의 모습>

 

원래 이 그림은 콜롬비아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이다.

라틴아메리카 미술계의 거장으로 유명한데 이렇게 사람들을 빵실 빵실하게 그리는 게 보테로의 기법이다.

예전에는 보테로 그림들을 봤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저렇게 우리 상황에 딱 맞는 문구를 넣으니 혼자 집에서 빵 터졌다...

한국에서도 요즘 '확 찐자'라고 하던데.

보테로는 자기 그림이 지금 스페인에서 이렇게 sns상에 떠돌고 있는걸 알까... 알겠지?


와 정말 요즘 내가 얼마나 웃을 일이 없으면 별 것도 아닌 걸로 웃고 있네 싶다.

밖에서 사람도 못 만나고 있고, 앙헬라도 3일 전에 아스투리아스 고향으로 갔다.

친구들이랑 다들 우리 집에서 미쳐가고 있다고 하는데 진짜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스페인 정부는 국가비상사태, 통행금지령을 4월 11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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