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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la Jun 28. 2021

스페인 영화 Lo Nunca Visto(2019)

스페인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인구부족문제.

Lo nunca visto (2019)


혹시 이 영화 리뷰를 남긴 한국인이 있을까 싶어 찾아본 결과 인터넷 상으로는 내가 처음인 거 같다 :D

 

<Fuente : Filmaffinity>

              

주인공은 Carmen Machi (까르멘  마치) 스페인에서 유명한 배우인데 스페인 영화, 드라마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주로 나오는 것들은 코미디. 근데 이 아줌마 명성에 비해서 이 영화는 사실 혹평이 너무 많다 ㅜㅜ


Fuentejuela de arriba라는 산간지방 시골 마을이 영화의 배경인데 시작은, Fuentejuela de abajo, 즉 아랫마을과 통합되기 싫어하는 마을 주민들이 마을을 다시 일으켜보겠다고 관광객 유입을 위한 노력을 하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마을 인구가 16명인데 하나의 독립된 municipio 로서 자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등록 인구가 18명 이상이 되어야 아랫마을과 병합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형적인 스페인 시골 마을의 스페인 사람들 그 자체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영화다.

보면서 내가 느낀 스페인 사람들의 특성들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 있어서 중간중간에 피식하고 웃을 수 있었다.


별생각 없이 클릭한 영화인데,

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 남자 주인공 Jaime 아저씨가 마을 행사를 소개하는 메가폰에 울려 퍼지는 음성,

(스페인 사람들 전형적인 그 목소리, 아는 사람들은 알 듯!)

"우리 마을 Fuetejuela de arriba에 놀러 오세요! 그리고 우리 마을 특산품 공짜로 드셔 보세요!"

하는 그 대사, 배경음악, 그리고 화면에 나오는 '매매합니다'라는, se vende라고 붙여놓은 벽들.

시작부터 '아, 이건 진짜 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전형적인 스페인 느낌 영화다! 하고. (좋은 쪽으로)

이미 이때부터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스페인 유머나 감성 이런 거 옛날엔 되게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약간 병맛, B급 감성 같으면서 이상해서...- 어느새 나도 이런 걸 보면 웃고 있다...)

이 말을 이해하는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시골 마을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쓴 이야기로 인구 부족 문제를 다루고 있다.

모두 도시로 가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인가보다.

어렸을 때 이촌향도라고 배웠었는데 요즘애들도 이 단어로 배우고 있으려나?


스페인 마을들의 인구 부족 현상, 빈 마을들에 대한 기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람이 하나도 살지 않는 마을, 주민이 3명 남은 마을... 등등 이런 제목들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스페인보다 땅덩어리가 훨씬 작고 인구는 좀 더 많다.


스페인은 도시 중심에서 차로 20분만 나가면 갑자기 빈 땅, 황무지로 변하는 풍경이 일반적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국토 3% 면적 안에만 집중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페인 정부도 인구 분산을 위해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내 전공에서 배운 것만 말한다면, 산간 지방, 농촌 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스페인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다양하다.


농촌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 단순히 생계유지, 정착지원금 이런 게 아니라

관광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경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들을 보면

스페인이 왜, 어떻게,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쭉, 관광 산업에서 전 세계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코로나 이전 2019년까지, 관광객 전 세계 2위)


어느 나라든 시골 마을이 없어질까 인구 유치를 걱정하는 건 한국과 다르지 않다.



외부인에게 자기 음식, 자기 마을 음식 최고라고 권하는 모습 또한, 너무나 스페인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습을 보는 거 같았다. 보면서 그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 떠올랐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정말 순수히 외부인으로 대하면서, 적대적인 감정과 양쪽이 상반되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들. 실제 시골 마을에 가면 정말 그렇다.

 

발렌시아 살 때에 중국인조차 한 명도 없는 인구 2000명이 좀 안 되는 마을에 자주 가서 휴일마다 지냈었는데

거기 노인들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나를 대하는 반응이 동시에 두 개였다.

집 대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시선 집중.

애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어디 가냐 같은 시시콜콜한 것들을 질문하고 노인들은 뚫어져라 쳐다봤다.

친절한 사람들은 낯설기는 하지만 정말 친절하게 해 주는 게 드러난다. 영화 속 모습처럼.

반대로 이방인을 대하는 시선도 느낀다.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는 오히려 이미 중국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이 워낙 많으니 길에서는 쳐다보긴 해도 무관심이 대부분인데, 이 작은 마을에서는 나에게 말을 계속 걸었었다. 정말 신기해서.

이 영화에서는 외국인이 흑인들이라 무서워하는 반응들을 볼 수 있다.


스포를 하자면,

마을 노인들과 흑인들이 법적으로 결혼하면서 거주 등록을 하며

마을 인구를 늘려서 아랫마을과 통합도 안 하고, 이들의 체류 문제도 해결하는 방식으로 끝난다.

(솔직히 어이없는 결말.......아무리 법적 결혼이라해도......)


나의 개인적인 평으로는 결말 맺는 부분이 정말 아쉬운데 이 또한 전형적인 스페인 영화의 결말 맺는 방식이라... 그냥 그런대로... 흠. 개연성이 전반적으로 좀 떨어지는 영화들을 많이 봤다.

(이 말도 무슨 말인지 아는 분? ^.^)



스페인 영화 평론 사이트에서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3.6......  그래도 난 5점은 줄 거 같다.

스토리가 최악이다, 알맹이가 없다 라는 평이 일반적인데

외국인 수용이나 인종 문제를 언급한 부분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밖에 외국인 유입, 인종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니 창피하다> 등등의 비슷한 의견들이 많았다.  


이러한 평들을 남긴 사람들은 “야, 우리가 그렇게 최악은 아니잖아, 왜 그렇게 우리를 무지하게 표현하는 영화를 만든거야” 라는 느낌으로 말한 것 같다.


근데 솔직히 스페인 사람들 중 본인들이 스스로 깨어있다고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보고 창피하다고 말하는 게 어떤 의미로 그런 평들을 남겼는지는 알겠는데,

오히려 여기 사는 외국인으로서 이게 현실적으로 내가 경험한 것들과 너무나 일치해서 난 그들에게 달리 할 말이 없다.



전형적인 스페인 노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 여기 영화에 나온 그 두 가지 반응들을 다 겪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만 봐도 뭐 시골까지 굳이 안 가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다.

경멸하는 시선도 있고, 반갑게 인사해주며 먼저 문 열어주는 할아버지도 계시고... 먼저 인사해도 못 들은 척하며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며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마드리드에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쭉 Chamberí라는 마드리드 중산층 이상의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에 살고 있다. 우리 집 근처에서는 동양인 보기가 거의 힘들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나 식당에 직접 가지 않는 이상 길에서는 본 적 없는 것 같다.

아파트에서는 내가 유일한 동양인. 그래서 오히려 진짜 스페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들과 외국인 체류, 거주증 문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에게 늘 같은 대답을 준다. "스페인 남자랑 결혼해."라고.

Cásate con un español!!

(응 아니야)

무한반복이다.


결혼으로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정착하는 방식. 이것도 영화 결말에서 끝맺는 방식으로 쓰였다.


영화 자체는 사실 허술하게 끝낸 느낌이 있지만 나름 현실을 반영한  뿐이다. 

실제로 위장 결혼도 은근히 있다. (몇몇 케이스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젠 놀랍지도 않다.)



어쨌든, 심오하기보단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안들을 코미디로 가볍게 풀어냈기 때문에 본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나름 주제가 괜찮았다.

그래도 평점 낮은게 이해 되는, 재미가 막 있는 영화는 아니다.

기대 안하고 보면 괜찮은. 그 정도.


한국어로는 '윗동네 사수 대작전'이라고 넷플릭스에 나와있다... 원제랑 너무 다르게 왜 이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음..! 근데 확인해보니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검색이 안 된다고 한다.. ㅠㅠ

스페인에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걸로.........

그래도 한국어로 제목이 붙여져 있는 걸 보면 언젠가 한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추가로 스페인어 학습자들을 위해.

스페인 사람들의 말하는 속도가 원래 빠른데

이 영화에서는 다른 스페인 영화, 드라마보다 좀 느리다고 느꼈다.

관용어구, 어휘 면에서도 너무 신조어?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순수히 스페인어 실력 체크를 위해 보고 싶다! 할 때

스페인 영화를 쉽게 시작하고 싶을 때 보기에 좋을 것 같다.

언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풍경, 전형적인 스페인 사람들, 특히 시골 마을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이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 양식을 조금이나마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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