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불빛이 꺼진 도시

연재소설

by 미아



6장. 불빛이 꺼진 도시




그날 밤, 서울의 하늘은 푸르슴한 잿빛을 띄고 있었다.

준호는 퇴근을 하고 회사 근처 편의점 앞을 지나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핫팩과 따뜻한 커피를 사러 서둘러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계산을 하려다가 신문 진열대 위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2025 주거대책 발표 — 청년·신혼부부 대출 한도 상향.


이젠 대문짝만 하게 쓰인 헤드라인도 그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 상향이라 쓰고, 또 다른 문턱이라 읽히니까.
그는 잠시 멈춰 서 신문 한 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낮게 웃었다. 대폭 확대나 상향이라는 말이 늘 쉽게 쓰였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더 정교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 조금 더 넘기 힘든 문턱이 숨어 있었다.

그는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커피를 쥔 손이 식어 가는 줄도 모른 채 느리게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찬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다.

그때 민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야, 오늘 뉴스 봤냐? 우리 임대 단지, 재개발 대상에 올랐대.”
준호는 잠시 망설이다 답장을 보냈다.
“축하해야 하는 거야?”
곧바로 진동이 울렸다.
“모르겠어. 다들 새 아파트 된다고 들떠 있긴 한데, 난 솔직히 겁나. 이사 가면 임대를 다시 신청해야 된대.”
“그럼 계속 살 수 있는 건 아니고?”
“아니. 서류 처음부터 다시야. 대기 다시 타야 하고.”

"흠..."


민수의 말은 ‘기다림.’이라는 한 단어로 남아 준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선택이 아니라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는 사회, 기다림이 일상이 된 구조가 서늘하게 가슴을 눌렀다.

며칠 뒤 '주택 대책'이 공식 발표되자 도시는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포털 화면은 대출 확대와 금리 조정, 청년 특례 자금 기사로 뒤덮였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그리 밝아지지 않았다. 회사 식당에서 동료들은 이번에도 별거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한도 올려도 대출이자가 그대로면 뭐가 달라져.”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미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무심한 문장에 사랑이 깃들길 바랍니다. 삶을 사랑하고 늘 감사하며 진실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4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5화5장. 바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