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The Boy and the Heron 2023〉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중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단호한 결말이다. 이 작품은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끝내 세계의 유지 자체를 거부하는 선택으로 나아간다. 그 선택은 패배도, 냉소도 아니다. 오히려 오랜 질문 끝에 도달한 윤리적 작별에 가깝다.
영화의 시작은 상실이다.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 마히토는 새로운 집, 새로운 가족,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세계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이 상실은 곧바로 환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시간을 들여 현실의 무게를 견디게 한다. 학교의 폭력, 어른들의 침묵, 그리고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이 놓인 이 세계는 이미 충분히 난해하고, 아이에게 친절하지 않다.
왜가리는 이 난해함의 얼굴이다. 그는 인도자처럼 등장하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유혹하고, 비틀고, 거짓말을 섞는다. 이전 작품들의 안내자들이 보호와 설명의 역할을 했다면, 여기서 안내자는 불신의 대상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더 이상 환상이 아이를 안전하게 데려다줄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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