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무 생각

어느 29세의 불평

by 에스텔

만 29세. 한국 나이는, 모르겠다. 맨날 헷갈려.

결혼을 한 지 몇 년이 지난 친구도 있고, 연애도 안 하는 친구도 있다.

대기업에서 대리를 단 친구도 있고, 취준생, 고시생도 있다.

자차 운전이 취미인 친구도, 운전면허를 이제 고민 중인 친구도 있다.


요상한 나이.


맞고 틀리고는 없다지만,

'아직'과 '벌써'의 기로에서 늘 헷갈리는 때.


한국은 나의 집이다.

내가 나고 자란 곳.

그런 집이 아늑하지만은 않았다. 되려 갑갑했다.


성공한 사람의 기준이 잔인하리만큼 특정된 탓일까.

어릴 때부터 말 잘 듣던 나는 아닌 줄 알면서 그 기준에 꼭 맞추려 아등바등했다.


그런데 기준에 겨우 도달한 끝에 얻을 수 있는 성공은 행복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정의하는 행복은 아니다.

이를 테면, 서울 어디에 한강이나 공원을 내려다보는 빌딩 속 한 칸이 너무너무 대단하면서도 부럽지가 않다.


야속하다.

저마다의 행복을 정의 내릴 여유조차 주지 않으면서,

사회가 정한 행복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리게 한다.

잠깐이라도 멈추면 낙오자가 된 듯한 자책감은 덤이다.


능력 있고, 실은 선하고 교양 있는 한국의 젊음들.

구조가 잘못했다. 그들은 피해자일 뿐이다.


그걸 깨달았을 때, 미국행을 결심했다.

남들이 멋지다고 말하면 도피였다고 답한다.


모두가 같아지길 바라는 사회.

그 기저에 주체적인 고민과 꿈은 결여된 사회.

그래서 하나같이 잘나고 열심이지만 번아웃인 사회.

분노하고 곪았어도, 표출하기보다 차라리 자해하고 자살하는 사회.

혹은 그런 삶을 적어도 물려주고 싶진 않아 애 낳길 거부하는 사회.

미래가 없는 사회.


어떻게 하면 좀 살만해질까, 수없이 고민했다.

답은 '다양성'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내면과 외면의 사람들.

다양한 가치관과 삶의 형태들.

다양한 꿈과 행복의 모습들.


달라도 괜찮다는 존중 어린 태도.

아님 그리 참견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 무심함.


정답이 없는 사회엔 오답이 없다.


너는 틀린 적이 없다.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정답인 적이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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