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함께 보는 우리 산책길을 꿈꾸며
너는 너 자체로 다 좋은데
그중에서도 네 눈이 제일 좋아 난.
내가 맘에 가시가 나서 뵈는 건 죄다 뾰족거리는 탓에
이따금씩 뱉는 말마저 뾰족했던 때,
내 속은 어찌 알고 같이 있자는 네 덕에
우리 자주 걷곤 했었는데.
그때 처음 알았어, 그리 좋은 줄.
너와 산책하던 12월 어느 날 밤엔
홀로 우뚝 솟은 한 겨울나무를 지나게 됐는데,
그 제멋대로 앙상한 걸 한참을 바라보다
"저 모습이 꼭 내 인생 같다"고 내가 그랬잖아.
지금 돌이켜보면 거기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곤란할 법도 한데,
너는 가만히 듣고 있다 "그러네, 새살이 돋으려는 게 정말 너와 닮았네." 하고 덤덤히 답했더랬지.
자세히 살피니 네 말대로 조그만 새싹들이 가지 끝자락에 송송 앉아 기다리고 있었어.
또 지난 늦봄에는
비따라 지나는 벚꽃이 아쉬워서 마지막 눈도장이라도 찍자며 산책을 나섰는데,
우산 없이 바닥에 흩뿌려지는 벚꽃잎들에 그만 울적하려니까 너가 딱 그러더라고.
"자, 이제 꽃길 위를 걸어 나가자."
꽃길이 되려고 지는 꽃임을 알고서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어.
네 두 눈에 비치는 아름다움은 너무도 찬란해서
내 짙었던 푸념마저 무색하게 한다.
너의 시선을 빌려
텅 빈 나무에서 희망을 찾았고,
져버리는 꽃잎에서 시작을 그렸으니까.
그래서 나는 널 동경하고
너 중에서도 빛나는 고 두 눈을 참 애정한단다, 친구야.
곁에서 네가 보는 것들을 이렇게 계속 듣다 보면
언젠가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될까.
그날이 오면 우리 어김없이 산책을 했으면 좋겠어.
사소한 것 하나 없는 우리들 이야기가
함께 두는 시선 속에서 더욱이 소중히 반짝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