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하나로 배운 배려의 철학
학교 식당에서의 일상적인 풍경. 밥을 다 먹고 나면 잔반을 정리하고 식기를 전용 트레이에 올려놓는다. 별것 아닌 일상의 한 컷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학생이 주방 아주머니께 한소리 듣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물컵을 거꾸로 뒤집어 놓지 않고 그냥 물컵이 하늘을 보도록 올려둔 것이었다.
"물컵도 방향을 맞춰야 해?" 나는 별생각 없이 옆에 있던 동료에게 물었다. 동료의 대답은 생각보다 깊었다. "물컵 방향을 맞추지 않으면, 누군가가 한 번 더 손을 대야 하잖아. 그건 시간낭비지. 자기가 먹은 물컵을 한번에 제대로 놓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순간 뜨끔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식기세척기에서 물컵이 제대로 뒤집어져 있지 않으면 물이 고이게 되고, 결국 누군가가 다시 한 번 손을 대야 한다. 그 '누군가'는 바로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었다.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나는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식기 정리를 자연스럽게 '식당 직원분들의 몫'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무심코 잘못 놓은 물컵 하나 때문에 누군가의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 그 생각이 내게는 솔직히 아주 솔직히 없었다. 그리고 동료에게 들은 그 작은 철학이 내 마음을 참 부끄럽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물컵을 뒤집어 놓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아니, 물컵뿐만 아니라 식기를 정리할 때 조금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일할 때만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효율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물컵 하나,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배운 교훈은 결코 작지 않았다. 내 작은 배려가 누군가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이 우리 모두를 조금씩 더 성숙하게 만들어간다는 것. 오늘도 나는 물컵을 뒤집어 놓으며 생각한다. 작은 배려 하나가 만드는 따뜻한 세상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