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에 단호한 덴마크

by 덴마크육아일기

팬데믹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덴마크의 결단력

2019년 12월, 우리 가족이 덴마크 땅을 밟았을 때만 해도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 후, 유럽 전역을 뒤덮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남부 유럽을 휩쓸더니, 북유럽까지 번져나갔다. EU라는 거대한 연합체로 묶인 유럽 국가들은 사실상 국경이 없는 것처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바로 그 자유로움이 바이러스에게는 최고의 통로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 누구도, 어떤 국가도 속출하는 감염자와 사망자 앞에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모든 나라가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EU 국가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국경 통제를 주저했다. 그런데 덴마크가 달랐다. EU 국가 중 처음으로 과감하게 국경을 닫았다. 외국인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고, 허가증 없이는 국경을 넘을 수 없게 했다. 다른 나라들이 망설이는 사이, 덴마크는 단호하게 'NO'를 외쳤다. 그 결과 덴마크를 시작으로 EU 국가들이 하나둘 따라하기 시작했고, 엄청난 속도로 퍼지던 바이러스 확산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상처받았던 덴마크식 'NO'

사실 나는 덴마크에 처음 왔을 때 이들의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덴마크 사람들은 거절할 때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돌려서 말하는 것도 없다. 그냥 깔끔하게 "NO"다.

미국에서 살 때는 적어도 "I'm sorry, but I can't..."이라고 말하기라도 했는데, 덴마크 사람들의 직접적인 거절은 처음엔 꽤 충격적이었다. 상처받기도 했고, 무례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차갑게 대답할까?"

"조금만 더 부드럽게 말할 수는 없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5년 후 깨달은 'NO'의 힘

하지만 덴마크에서 5년을 살아보니, 이제는 이 문화가 얼마나 편한지 알게 되었다. 솔직하고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주는 명확함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의사소통에 쓰는 에너지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돌려서 말하느라 고민할 필요도 없고, 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무례가 아니라 정직함이라는 것을 배웠다. 불필요한 오해도 줄어들고, 서로의 시간도 절약된다. 이제는 덴마크 사람들처럼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편하다. 거절할 때는 확실하게 거절하고, 받아들일 때는 확실하게 받아들인다.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진짜 의미를 추측하느라 드는 정신적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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