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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야경을 걷다

"영조와 정조, 그리고 사도세자,,,"

by 에스더esther

고궁을 걷는건 언제나

품격 있는 일이다


특히, 야경은 더 그렇고

그중에서도 창경궁이라니


한 없는 설렘 속에서 거닌

밤 산책이 황홀하기만 하다

영조와 정조 사이에

사도세자가 있다

왕의 아들이자

왕의 아비였던

비운의 주인공,

그가 문정전 앞뜰에서

통곡하던 장면을 보던

아버지와 아들,,,그리고


멀리서 할아비와 아비

그리고 어린아들의 비극을

애끓는 속울음으로

지켜보던 혜경궁까지

밝은 빛 가득 담으라고

지어진 이름, 빈양관으로

서둘러 마음 옮겨

밤 빛을 담는다


창살은 꽃무늬로

너그럽게

제 소임을 다하고


한 걸음씩 마음자락

내딛는 길마다

빛이 머문다

하루 서너시간도

잠 못들고

나라일을 했다던

정조의 서가

숭문당에서

밤길을 걸으니


저절로

유식해 진다

단청은 곱디 고운 마디로

화사한 선을 보여주고


덩달아 소박한 담은

넉넉한 표정으로


처마 속곳까지 내어주니

참으로고맙다

멀리 남산타워 불빛이

점점이 켜졌다

또 꺼졌다 하면서


창경궁과 교신 하듯

정답게 깜빡인다

이만하면 됐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고궁에서 맞이하는

하루의 마무리


환상의 야경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였으니


이제 가서

참한 미래를

꿈 꾸는 일만

남았으렸다


모두, 무탈하게

힐링의 시간들로

가득 채우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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