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스블루 Oct 04. 2020

나무라지 않는 나무, 바라지 않는 바람 PART.3

책을 소개하는 건 늘 어렵다.

PART.3에서는 책을 제작하고 홍보한 과정을 담았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건 늘 어렵다. 첫 번째 책은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서, 홍보 활동은 독립 서점에 입고 메일을 보내고 개인 SNS에 소개 글을 올리는 데에 그쳤다. 신기하게도 책은 조용히 자신을 알렸고 간간이 사람들에게 닿았다. 그렇게 존재하는 책도 있으려니 생각했다.


두 번째 책은 내가 만든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책을 소개하는 데 힘을 더 싣고 싶었다. 만듦새를 결정할 때, 홍보 방식을 결정할 때,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내가 좋다고 느낀 대로만 판단했다가는 아쉬움만 남을 수도 있으니까.   


방 한쪽에 자리 잡은 첫 번째 책의 재고를 보며 '자리를 지키며 간간이 울림을 주는 책도 있겠지만, 그런 책도 결국엔 누군가 집어 들고 읽어야 비로소 책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와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난 뒤의 마음은 아주 달랐다. (당시는 내가 출판 편집자를 지망하게 될 줄 몰랐지만) 언젠가 내가 책을 또 만들게 된다면 어떤 방면으로든 책이 더 눈에 띄고 더 많이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생각했다.




Q. 두 번째 책을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

A. 가장 큰 시도는 텀블벅 펀딩을 진행한 것이다. 책을 소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어떤 이유로, 어떻게 이 책을 만들었고 누가 이 책을 원할지를 설명하고 싶었다. 여러 플랫폼을 통해 지켜본 결과, 매력적인 첫인상과 충분한 설명이 있을 때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호응을 얻는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 적절한 형식으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텀블벅 펀딩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Q. 텀블벅 펀딩 준비는 어땠나?

A. 예상보다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후원자로서 텀블벅을 이용할 때는 당연히 생각했던 콘텐츠들을 직접 채워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대표 이미지 디자인, 상세 페이지 텍스트 작성, 굿즈 제작, 선물 포장 및 발송 업무 등을 홀로 진행했다. 이미 진행된 펀딩들을 다양하게 살펴보며 도움을 얻었다. 한 상품을 소개할 때 예상 구매자에 따라 어필해야 하는 특성이 달라지고, 텍스트와 이미지의 톤이나 분량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본 것을 그대로 적용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펀딩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펀딩 선물 선택지를 만드는 등 제작자에게도 손해가 나지 않고 후원자에게도 적정한 금액을 판단해야 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경험하는 일인 만큼 조심스러웠지만, 그만큼 자양분이 될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텀블벅 굿즈 홍보 영상이다. 잠실 석촌호수에서 촬영했다.


Q. 책과 굿즈 제작 방식이 궁금하다.

A. 첫 번째 책은 무작정 파주에 있는 인쇄소에 찾아가 의뢰했다. 감사하게도 1인 출판에 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해주시는 분을 만나 무사히 제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책은 동화집이다 보니 독특한 종이를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소량 제작을 주로 진행하는 인쇄소를 찾아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갖고 미팅을 했다. 책의 상을 설명하고 샘플 종이를 받아 만져보며 책 제작에 더 가까워졌다. 인쇄소 사장님과 텀블벅을 진행 관련 이야기를 나눴는데, 수첩 제작을 생각 중이라는 나의 말에 흔쾌히 수첩 제작도 해주셨다. (책 제작과 동시에 진행해서 제작비도 절감할 수 있었다!) 

나머지 굿즈는 엽서와 파우치였는데, 각각 제작 업체를 찾아 제작을 의뢰했다. 엽서는 첫 번째 책에 실린 사진 중 텀블벅 펀딩 분위기와 어울리는 사진을 골라 제작했고 파우치는 무지 파우치에 직접 디자인한 로고를 인쇄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장마 기간이 겹쳐 제작 완료된 책 중 일부가 젖어버린 해프닝도 있었지만, 여분을 함께 받은 덕에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다행이라고 느낀 점은 시간 여유를 두고 일정을 짰다는 것이다. 재고가 남을지라도 예상 판매량에 맞춰 미리 제작을 의뢰했고 늦지 않게 펀딩 선물을 발송할 수 있었다. 조금은 과감한 선택이었지만, 책은 펀딩 완료 이후에도 독립 서점에 입고해 판매할 계획이었고 굿즈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엽서나 파우치는 서점에 입고할 때 서점에 선물로 드리거나 책을 구매하는 분들께 한정 수량으로 전해드리는 방법으로 재고를 소진할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도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굿즈 상세 이미지도 직접 촬영했다.


Q. 독립 출판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추천하겠나?

A.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아직 완성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상품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에는 또 다른 품이 드는 것 같다. 오로지 제작자의 설명에 의존해 소비자의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적의 소개 방식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부분은 나도 더 공부해보려 한다. 

하지만, 굿즈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등 새로운 작업들을 해보면서 내가 잘 쓰는 일 근육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펀딩을 직접 진행해보지 않았다면 한 번에 경험하지 못했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내가 머리를 썼을 때 상대적으로 잘 써지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또 어려운 부분은 어려운 대로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펀딩 목표를 달성했고 무사히 마쳤지만, 아주 성공적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완료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결과물이었다. 누군가에게도 그런 경험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Q. 계속 책을 만들지 않고 출판사를 폐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앞선 질문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중에서도 출판이라는 일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글 쓰는 작업도 좋아하지만, 책 자체를 기획하는 것에서부터 제작하고 홍보하는 전 과정을 진행할 때 더 보람을 느낀다는 것을 두 번의 책 작업을 통해 깨달았다. 특히 책을 구상하고 걸맞은 요소를 채워가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졌다.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책을 소개하는 일에 관한 공부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이런 생각들이 쌓여서 출판 편집자라는 직업을 지망하게 됐다. 현재 좋은 기회로 출판 편집자 과정을 듣고 있다. 새롭게 배우며 앞으로 일할 시간을 그려보는 중이다. 조심스러움도 있지만 이 길목에 잘 들어섰다는 마음이 더 크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출판사는 폐업하게 됐다. 많은 경험을 가져다줘서 고마웠고 그래서 미련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Q. '보통'이라는 이름은 이제 없어지는 건가?

A. 그건 아니지 않을까? 어떤 형태로든 보통Botong을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출판사의 이름이었을 때는 막중한 기운이 있어 어려울 때도 있었다. 이제는 홀가분한 에너지로 보통Botong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에너지에 걸맞은 방식으로 다시 찾아오도록 해보겠다! 언젠가!



파우치에 인쇄한 보통 로고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라지 않는 나무, 바라지 않는 바람 PART.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