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모르겠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점점 확실해지고 있어!
'프리워커'는 통통 튀는 인플루언서나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만 되는 것인 줄 알았다. 회사에 속해 하루하루 일하기 바빴던 시절, 내게 프리워커는 먼 훗날에나 꿈꿔볼 단어였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동안 좋아하던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글을 쓸 때마다 이 문장이 비문은 아닌지 맞춤법은 틀리지 않았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잊은 채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하루종일 책을 만들고 퇴근길에 또 책을 펴드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니 ‘아, 난 끈기가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건 분명 아니었다고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퇴사가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 바뀌어야 하는 것을 느끼고, 그걸 무시하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괴로워하면서 견디기보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을 바꿔나가고 싶었다.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계획은 매번 바뀌지만, '어떻게 일하며 살고 싶다'에 대한 상은 날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만 재미없는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마음이 짜증으로 가득 찼을 땐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그래도 월급날이나 일찍 퇴근한 날이면 그동안 회사에서 일하며 무엇을 얻었는지 돌아본다. 앞으로 일하며 얻을 수 있는 것과 훗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관해서도 생각한다.
나는 1)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일하다 햇살을 맞을 수 있어야 한다), 2) 좋아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3) 무용해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며 살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이 세 가지를 실천하며 살아보고 싶다.
회사가 거기에 있으니 그곳으로 출근 삶이 아닌, 스스로 일군 공간에서 일하는 것
회사를 매개로 만난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언제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것
회사가 시킨 일이 아닌 내가 정한 나의 일을 하는 것
하나 더 욕심내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면 더 즐거울 것 같다. 엄청난 발견, 심오한 메시지가 없어도 괜찮다.
이 막연한 바람을 구체화하기 위해선 회사에서 구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치가 쌓여야 내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도 뾰족해질 테니까. 그 삶을 위해 지금 내가 미리 할 수 있는 게 뭔지 정리해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운동이고, 그다음은 글쓰기다. 굳이 덧붙이자면 회사에서 뽑아먹을 수 있을 만큼 뽑아먹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차근차근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프리워커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진전이 없는 것 같고 실체가 없는 것 같은 날도 있지만, 좋은 날과 괴로운 날들을 쌓고 되돌아보는 게 요즘의 즐거움이다.
그래. 감사하게도 나는 이미 건실한 워커니까 프리한 워커가 되는 날까지 잘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