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빠 이야기
나는 울 아빠를 많이 닮았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게 내 장점이자, 때론 단점이기도 하다.
퇴직 후 아빠는 자격증을 따는 걸 취미로 삼으셨다.
지금까지 보유한 자격증이 스무 개가 넘는다.
조경사, 포크레인, 요양보호사, 등등 그리고 제과제빵까지.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아가야~ 아빠 제과제빵 학원 등록했어.”
“왜요?”
“울 애기 베이킹 하는 거 보니까, 훗날 도와줘야 할 날이 올 것 같아서.
이왕이면 자격증 따놓고 도와야지~”
50살이 다 되어가는 나를 여전히 “아가야”라고 부르시는 분.
그 말 속에는 늘 믿음과 응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3개월 뒤, 정말로 합격 소식을 전해 오셨다.
그날 나는 아빠의 그 마음을 조용히 마음속에 새겼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나의 인생에도 또 하나의 이정표가 생겼다.
2025년, 이 여름과 가을을 버텨온 새벽의 숨.
그리고 나의 첫 책.
어제 오후에도 바쁜 일정 속에서
저녁 늦게까지 클래스를 진행하고,
하루를 마치고 잠들었다.
새벽 5시.
부크크에서 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저자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순간 잠이 확 깼다.
지난달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을 때도
‘내가 작가라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출판사에서 축하를 받았다.
이게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일까?
아니면 그냥 스쳐가는 하나의 사건일까?
의문 반, 희망 반의 감정이 밀려왔다.
여름이 지나며 온라인 베이킹 클래스 수강생이 줄었을 때,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베이킹을 사랑했고,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어주는 그 순간을 사랑했다.
그래서 다시 노트북을 켜고, 오븐 앞에 섰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에스더쌤의 실패 없는 홈베이킹 클래스》.
220페이지의 레시피북을 쓰는 동안
나는 버텼고, 울었고, 다시 일어섰다.
새벽 3시에 노트북 앞에 앉아
실패와 깨달음을 쏟아냈고,
‘에스더의 킥’이라는 코너에서는
초보 홈베이커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모든 노하우를 담았다.
이 여정을 함께 걸어준 사람들도 있다.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주신 글쓰기 선생님,
진심으로 작업해주신 디자이너님.
그분들이 있었기에 나는 끝까지 쓸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기적 같고, 은혜였다.
이제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에스더쌤의 실패 없는 홈베이킹 클래스》,
너는 나의 요술램프야.
부디 초보 홈베이커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주방 앞에서 두려워하던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자신감을 심어줘.
그리고 나, 에스더를
유명 베이킹 강사로 만들어주고,
강연장에도 불러주고,
현장 클래스도 가능하게 해주고,
다른 출판사에서도 책 출간 제안이 들어오게 해줘.
조만간, 이 책이 영어로 번역되어
아마존의 어느 코너에 조용히 놓이게 된다면,
그때 나는 오늘의 이 말을 다시 떠올릴 거야.
너는 나의 지렛대야.
나를, 그리고 나의 꿈을 들어 올려줘.
그리고 그 시작에는 언제나, 아빠가 있었다.
“아가야, 아빠도 이제 베이킹할 수 있어.”
그 따뜻한 목소리처럼,
나도 이제 세상에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빠, 나 책 냈어요.”
베이킹과 글로 세상을 따뜻하게 굽는 사람,
에스더 김연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