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필사하며
그러자 그 친구는 갑자기 과학자다운 평정심을 잃고 고성을 질러댔다. “그 편지를 쓰던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나더러 왜 그랬냐고 묻지 마!”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지르며 나를 할퀴었다. 그 더러운 손톱에 할퀴어지는 바람에 내 손목은 진리를 위해 순교한 중세 성인처럼 피를 흘렸다.
..... 먼 타향에서 성격에 반하는 일을 하자니, 죽을 맛이었다. 한때 <논어>를 외우고 살던 신비한(?) 동양의 선비가 양인들의 기쁨조를 하면서 밥을 벌어먹어야 하다니...... 이 악몽의 정점은, 내가 사자 인형 가죽의 아랫도리 앞뒤를 뒤바꿔 입는 바람에, 꼬리를 엉덩이가 아닌 정면에 대롱대롱 메단 채로 한동안 그 짓을 했다는 사실에 있었다. 아무리 사자의 양물이기로서니 그처럼 길고 클 수야 있겠는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뒤로 넘어가기에, 그저 내가 마스코트 노릇을 의의로 꽤 잘하나 보다 생각했다..... 흑흑.
그리고 이 날의 일은 오랫동안 수치의 기억으로 남았다... 그때도 나는 다소곳이 앉아 있기보다는 앞에 놓인 탁자를 당수로 쪼개며, “선생님들, 논문을 읽지도 않고 심사한다고 여기 앉아 계실 수 있는 겁니까?”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목젖을 뽑아 줄넘기를 한 다음에, 창문을 온몸으로 받아 깨면서 밖으로 뛰쳐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고는 학교 운동장에서, 벌거벗고, 흙을 주워 먹으며, 트랙을 뱅글뱅글 돌아야 하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