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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reno Apr 21. 2016

1. 언젠가는 뉴질랜드

천방지축 아이들과 함께 한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내 생애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 해보고 싶은 여행이 몇 개 있다.

     

가장 먼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을 바라보는 것이다. 십 몇 년 전 멕시코시티 인근으로 여행을 갔다가 멕시코시티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구부러진 길을 돌며 주위를 본 적이 있었다. 지대가 매우 높았고, 큰 나무는커녕 풀도 많지 않고 흙과 바위로 된 땅이었다. 주변이 정말 황량한 곳이었다. 땅이 높아서인가 하늘이 바로 닿아 보였다. 손을 조금만 뻗으면 하늘에 닿을 것 같이 하늘이 낮아 보였다. 땅이 높은 건지 하늘이 낮은 건지 알기 어려워 보였다. 그 낮은 하늘에는 구름이 몇 개 걸려 있었는데, 높은 지대의 땅에 아슬아슬 닿을 것만 같아 보였다. 그 순간부터 그 풍경은 내 마음속에 콱 박혀버렸다. '황량함'이라는 단어가 그리도 강렬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때부터 나에게 황량함은 멋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황량함'을 찾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보고 싶은 목적도 그 황량함을 제대로 실컷 느껴보고 싶은 이유에서이다.

     

두 번째는 오로라를 제대로 실컷 보고 싶다. 캐나다의 옐로나이프, 미국 알래스카의 페어뱅크스, 아이슬란드 그 어디라도 상관없다. 오로라를 직접 보면 휘황찬란하게 펼쳐지는 오로라를 보고 사진에 제대로 담아보고 싶다. 전문가가 찍은 사진에 비하면 야 멋진 사진을 찍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 눈으로 본 오로라를 내 손으로 내 카메라로 담아보고 싶다. 언젠가는 가볼 수 있겠지... 남겨두고 원하는 것이 있어야 인생이 재미있지 않겠나. 작더라도 자기만의 환상을 품고 사는 삶은 그것을 이루고 싶다는 희망을 계속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나가게 되므로 더 생기발랄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뉴질랜드에서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여행하다가, 멋진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하루를 자는 것이다.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가고 싶은 곳에 가다가 멈추고 싶은 곳에 멈추고 멋진 풍광 속에서 잠을 자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 3주의 시간이 생겼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낼 수 있는 휴가로는 이렇게 긴 장장 3주의 시간을 얻을 수 없다. 이렇게 긴 시간을 낼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퇴직한 이후에나 가능하겠지. 그때가 되면 애들은 이미 다 커서 우리랑 같이 안 다니려고 할 테고, 그때 가서 무슨 재미로 다닐까. 10살과 7살이면 많이 컸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부모의 손이 필요한 나이의 애들이라, 데리고 다니느라 힘은 들겠지만 그만큼 더 즐겁고 오래 남을 추억을 가질 수 있는 시기이다.

      

우리나라 겨울이 남반구에서는 여름 성수기라 비수기에 가는 것보다 훨씬 비쌌다. 뉴질랜드 말고 돈이 좀 덜 드는 곳으로 가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다른 곳을 생각해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지금 여행 가기 딱 좋은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남반구 아니고서는 겨울이라 다들 마땅치 않았다. 3주나 되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게 시간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는 다른 것 생각 안 하고 그 기회를 잡아야 된다. 그래, 눈 딱 감고 뉴질랜드 가자. 지금 아니면 뉴질랜드는 갈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지금 뉴질랜드에 안 가면 나중에 계속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안 되겠다. 가자!

     

그렇게 우리는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감행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일단 아이 학교 학사 일정에 맞춰 항공권부터 예약해놓고, 그다음으로는 캠퍼밴을 예약하고, 그리고 여행 가기 몇 달 전부터 정보 찾아보면서 블로그에 기록 남기고, 책도 찾아보고 TV 프로그램도 보고, 다른 사람 블로그도 찾아보면서 준비해왔다. 

     

"몇 밤 더 자면 캠핑카 타러 가요?"


몇 달 전부터 물어오던 아이들은 뉴질랜드 가서 캠핑카 타고 다니면서 먹고 자고 놀 수도 있다는 사실에 이 여행을 많이 기다려왔다. 물론 나와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에도 캠핑카에서 놀아본 적은 있지만, 그건 캠핑장에 단체로 세워져 있는 곳에서 1박 2일 놀았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캠핑카가 실제로 다니는 것이라니! 아이들은 기대가 엄청났다. 

     

10세와 7세 아이들. 아직은 부모와 같이 있기만 해도 마냥 좋고, 넓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제일 좋은 아이들. 별 것 아닌 말에도 깔깔깔 숨넘어갈 듯이 웃고 마냥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나이. 자갈돌만 있어도 한 시간도 넘게 놀 수 있고, 풀과 곤충만 보여도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놀 수 있는 나이. 자연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고, 모든 것이 한창 즐거울 나이의 이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늘 바라 왔던 여행을 더 늦기 전에 떠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에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자, 이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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