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종교 경전 가이드를 제작하게 되었는가
저는 4살 때부터 선교원에 다니며 찬양이나 주기도문을 달달 외우고 다녔습니다.
<야곱의 축복> 이나 저희에게 일용한 양식을 주옵시며 ...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 하늘에서 죄를 사하여 주신 것과 같이 .. 는 20여년이 지난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러나 그것은 돌이켜보면 어린애들에게는 훈련의 하나일 뿐이었죠. 뜻도 모르는 말을 10살때까지 주기도문 시작- 이라는 신호에 한자도 틀림없이 줄줄 외웠으니까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부모님이 저를 선교원에 보냈던 이유가 기독교가 아닌데도 계속 되는 유치원 범죄에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을 뿐이어서 그랬을까요?
전 유치원을 졸업하고서 교회를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진심으로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몇 번 간 적은 있었지요. 특히 주변 친구들의 회유에 의해서 몇 번 걸음해보았지만, 찬양도 모두 알고 있었고 주기도문도 모두 알고 있었고 전지전능하신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예수님, 아니 그냥 신이라는 존재를 태어날 때부터 믿지 못하는 고약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나 봅니다.
호기심(의심의 또 다른 이름)이 많고 비판적인 성향을 지닌 아버지를 닮아 저는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과학을 믿고 진화론을 믿는 연구원 말입니다.
전 일단 무슨 말을 들으면 안 믿고 봅니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맞는 것 같은 말이든, 틀린 것 같은 말이든 모두 안 믿고 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왠지 마음에는 어떤 말이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제 마음의 생각처리반이 이것은 '믿어볼만 한 말인 것 같아!' 라고 보류해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그것은 마치 제 의지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남아 있는 말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정말인가? 하지만 이 구조로 전제로 하여 모든 이론의 전개가 이루어 질 수 있다. 믿을 만하다.)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가 영영 문을 닫았다.
(정말인가? 믿을 수 없다. 이건 정말 믿을 수 없어! 하지만 그 가게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사라졌다. 믿을 수 밖에 없다.)
= 증거가 있기에 믿을 수 밖에 없는 말
서윤씨, 저 사람은 좀 이상하니까 가까이 지내지 말아요.
(정말인가? 스스로 저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 조금만 더 두고 보자.)
= 증거가 없기에 믿지 못하는 말, 하지만 믿음의 여지를 남겨볼 만한 말.
나는 널 정말 좋아해!
(정말인가? 절대 믿을 수 없다. 날 속이는 것이 분명하다.)
= 증거가 있어도 믿지 못하는 말, 하지만 믿음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은 말.
남아 있는 말들은 이런 말로 나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도 제게는 항상 튕겨져 나오는 어떤 말들이 있습니다. 증거가 없는데도, 믿고 싶은 말이지요.
일례로 ~ 하느라 늦어서 미안하는 말 등(~하느라를 증명할 길은 없다.)이 있겠지만은, 그런 말들은 아마 믿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 것 입니다(네가 맨날 늦잠을 자서 늦는다고는 믿고 싶진 않네). 그렇지만 제게는 믿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데도, 증거가 없는데도, 믿고 싶은 말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진정한 희생, 사랑, 믿음은 가능하다. 라는 말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제 희생은 바보들이나 하는 것이고 사랑은 이해관계의 일치라는 말로 치환되어 소거되고, 믿음은 증거라는 것이 없으면 죄가 되는 세상인 것만 같습니다. 불편해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들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증거가 가능의 증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집니다. 가능성을 믿는 것 자체가 지치고 고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어떤 아름다운 말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말을 믿기 위해 경전을 들여다 보는 것은 미련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미련이란 현대에서는 기다림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저는 기다림의 마음을 가지고 희생, 사랑, 믿음이라는 이름과 가장 가까운 신, 세계 모든 신의 말씀으로 쓰여진 경전을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경전을 가진 종교 위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