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 반 타의 반 꿈꾸던 회계학과에 진학해
회계사 공부를 시작하니 내 앞길은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다.
이대로 회계사가 되면 어릴 적부터
배워온 대로 행복해지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회계사 공부는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동기들보다 배는 노력해서 공부해야
강의를 따라갈 수 있었다.
불행히도 나는 그곳에서 딱 평범 그 자체였다.
고민 끝에 나는 첫 꿈이었던
회계사 공부를 그만두었더니 갑자기 번아웃이 왔다.
‘회계사가 내 꿈이고 나는 그걸
이루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스스로 세뇌하던 삶에서 막상 물러나니,
삶의 목표를 잃어버리고만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일부러라도 다시 치열하게
삶의 목표와 꿈을 만드는 것이었다.
적성에 맞는 것을 찾기 위해 타 학과 전공 수업까지 뺏어 듣다가,
경영학과 교수님의 눈에 띄어 인사 관련 대학원 공부를 하기도 했다.
다사다난한 대학원 생활 끝에 석사 과정을 마치고 2년간
국제 비정부기구에서 인사 담당자 생활을 했지만 또 번아웃이 왔다.
결국 퇴사 후 공인노무사를 꿈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 결심은 그 꿈을 달성해
스스로에게 인정받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노무사 시험공부는
회계사 시험 때와는 다르게 재미있었다.
내 적성에 맞는 꿈을 드디어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미는 있었을지언정,
합격과 불합격의 당락은 또 전혀 별개의 이야기였다.
2년 연속으로 2차 시험에서 떨어졌고,
회계사 시험공부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고시는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통 끝에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2차 시험을 열흘 앞둔 날이었다.
이번이야말로 진짜 마지막 시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누군가 학원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왜 그 사람은 뛰어내려야만 했을까?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꼭 자신을 죽여야만 했을까?’
학원 건물에서 뛰어내린 사람처럼 사실 나도
꿈을 이루려는 과정에 나를 매몰시켜 버렸던 게 아닐까.
30대 중반까지 치열하게
꿈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몰아붙였지만,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게 꿈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고
2022년 10월의 어느 날, 나는 비행기표를 끊어 북유럽으로 떠났다.
자연의 가장 갚은 위로가 있는 곳
북유럽에서 나를 찾다 『여행의 위로』가 궁금하다면?
▶교보문고
▶YES24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