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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북스 Jul 17. 2023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32살 아들이 벌인 일

서른둘이 될 때까지의 내 삶은 부모님과 친구, 직장동료에게 그리고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 돌이켜보면 인정 욕구에 대한 나의 집착은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수성가로 성공하신 아버지는 항상 빠른 성공과 완벽성을 추구하고 자식에게도 비슷한 것을 주고 싶어 하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와 다른 모습으로 당신께 인정받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아닌 국내 대학원을 거쳐 미국 유학에 도전해보겠다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대기업으로 취업하지 않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고 우리 사이의 갈등이 폭발했다. 갈등 끝에서 나는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버지가 어려움을 딛고 만들어주신 울타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요. 저는 그런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제가 겪지 못한 울타리 너머로 가보고 싶어요.”



아버지는 한참 말씀이 없으시다가 “알았다, 열심히 해봐라”라고 답하신 뒤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국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3년 반의 기나긴 의식불명 상태를 거쳐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다.



이제 나를 인정해줄 사람이 없었다.



어느 순간 공허함이 느껴졌다. 공허함의 근원은 지금껏 아버지께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끌어왔던 삶에 대한 상실감이었다. 입사 후 2년이 흐른 다음, 나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슬퍼할 시간과 그동안 타인을 우선으로 살아오며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시간이 필요했다. 대학 졸업 직전 다녀왔던 첫 번째 산티아고 순례 경험으로, 그곳에서는 충분히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2019년 여름, 나는 고민을 끝낸 후 퇴직 일자를 정하고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렇게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가 시작되었다.



산티아고 순례를 다시 떠난다고 하니,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길래 두 번이나

가느냐고 누군가 내게 물었다.



이제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첫 번째 순례길에는 사람과 삶의 이유가 있었고,

두 번째 순례길에는 그곳에 내가 있었다.



순례길은 어떠한 자격도 요구하지 않는다.

실행력만 있다면 누구나 산티아고 순례자가 될 수 있다.

길 위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며 스스로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 낼 힘이 있다고 믿는다.


-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 갔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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