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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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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Aug 03. 2024

무기력과 게으름의 쓸모

24년 7월에는

  언제부터였더라.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몸에 힘이 쭉 빠졌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새벽에 일어나거나 쓸거리를 고민하며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거나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 일들이 귀찮아졌다. 무언가를 위해 굳이 애쓰는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변화가 없으니 몸과 마음이 편함을 쫓았다. 그냥 쉬고 싶어졌다. 


  한 번씩, 가끔씩, 어쩌면 수시로 그런 때가 온다. 다 놓아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고 싶어지는 때. 일을 할 때는 피곤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살림도 대충, 육아도 되는 대로, 그냥저냥 보내는 것 같은데도 쉬고 싶은 마음이 밀려왔다.



  여름 더위에 지치는 건가. 남편 휴가를 핑계로 새벽기상이고 뭐고 그냥 내려놓았다. 아침마다 스트레칭을 하던 것도 멈추고 쉬고 싶은 대로 쉬었다. 의미 없이 네이버 기사를 들락거리고 맘카페에 들어가서 새로운 글이 없나, 보고 또 보고. 브런치나 인스타에 뭐라도 적어야 하는데, 해야 할 일들에 눈길이 갔지만 모른 척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이봐, 뭔가 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 시간이 허비되는 것을 아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몰라, 그냥 쉴래, 못 들은 척 외면해 버렸다.


  사나흘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개운하게 자고 눈을 떴음에도 굳이 누워서 더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고, 수시로 폰을 들여다보며 인터넷 기사를 눌러 읽었다. 휴가를 맞아 집을 떠나서 밖에 놀러 왔으니 밥을 신경 쓸 것도 없고 청소나 빨래를 열심히 할 것도 아니었다. 라면에 햇반에 부실한 반찬에, 냉동식품을 데워서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놀러 왔으니까 그래도 된다고 불편한 마음을 욱여넣었다.



  휴가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이제야 마음이 돌아온다. 며칠 푹 쉬었으니 다시 일찍 일어나고 싶다고, 새벽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명상을 하며 몸과 마음을 돌보고 싶다고, 글쓰기는 너무 귀찮고 하기 싫지만 그래도 써보고 싶다고. 아무렇게 보냈으니 이제 마음이 좀 개운하다고. 편하게 시간을 보내봤더니 이제는 의미 있게 시간을 쓰고 싶다고.


  무기력증과 게으름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더니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었다고 말을 건네 온다. 해야 할 일을 하되 조급해지지 말고 힘을 빼고 해 보면 어떻겠냐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에게 괜찮다고 적절한 핑계를 대어가며 충분히 무기력해질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겠다. 자고 싶은 만큼 푹 자고, 하기 싫은 건 모른 척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7월의 끝자락을 푹 쉬어가며 보냈으니 다가오는 8월이 기대감으로 채워진다. 새로운 8월에는 무엇을 해볼까.




* 7월을 돌아보고, 8월을 계획하는 질문들

1. 24년 나의 목표는?
  - 꾸준히 읽고 쓰면서 평온한 내가 된다.

2. 7월은 (의미 있는 게으름을 부린 시간)이었다.

3. 지난 한 달간 내가 잘한 것은?
 - 새벽 루틴(명상, 모닝페이지, 스트레칭, 포스팅) 실천했다.
 - 울이랑 인사이드아웃 2를 보러 갔다.
 -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 아이들과 자기 전에 '잘한 것, 칭찬할 것, 감사한 것' 중 하나를 이야기했다.
 - 감사일기 쓰기

4. 지난 한 달간 아쉬운 부분은?
 - 아이에게 화를 냈다. (나도 모르게 버럭부터 할 때가 있다.)
 -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서 먹어야겠다.
 - 새벽 기상이 여전히 어렵다.
 - 어린이 경제신문을 펴보지도 않았다.

5. 7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 모닝페이지 쓰기 
 - 5분 저널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것은?
 - 아이들이랑 본 발레 공연 '헨젤과 그레텔'
 - 울이와 함께 방학 계획표 짜기
 - 좋은 책 읽기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가?
 - 새벽 루틴 습관 만들기
 - 매일 글쓰기
 -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말하기
 
(질문 출처: 벨류비스 컴퍼니)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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