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문장을 읽고
모든 진실은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첫째, 조롱당한다.
둘째, 심한 반대에 부딪친다.
셋째, 분명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쇼펜하우어
(김종원,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중에서)
나 작가가 되고 싶어.
응?
책도 내고 싶어.
으응, 그럼 좋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작가는 무슨, 아무나 작가가 되는 건가. 책 한 권을 써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슬며시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 사람이 무슨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나 싶었겠지. 내 속마음도 남편과 비슷하다. 작가가 되면 좋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 현직 작가들도 글쓰기가 어렵다는데,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내가 글을 쓴다고? 아서라, 시늉만 내다가 어느 순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의욕도 사라지겠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매일 꾸준히 쓰다 보면, 내 하루를 기록하고 차곡차곡 모아가다 보면, 언젠가 특별한 일이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작가가 되어 책을 내는 일 같은.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다. 글을 아주 잘 써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일기 같은 글로는 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 지쳐 있고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살포시 어루만져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글, 지금 잘하고 있고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글을 쓰고 싶다. 어느 순간 스르륵 흘러가버리는 시간과 일상을 잘 포착해서 의미를 발견하고 전해주는 글을 쓰고 싶다. 우리 다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도 근사해요, 말해주는 글을 쓰고 싶다.
어느 날 정말로 책을 쓰고 작가가 된다면, 그것도 여러 권의 에세이를 낸 작가가 된다면. 확신이 없는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그래도 글을 내려놓지 않고 잘 써왔다고 토닥여줄 수 있겠지. 멈추지 않고 쉬어가더라도 조금씩. 너무 애쓰지 말고 꾸준히. 그렇게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마음으로 조롱하더라도, 나부터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반대하더라도, 그래도 과정을 즐기며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정하고 따스하게 지금의 모습을 떠올리는 나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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