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영, 『아무튼 발레』 문장을 읽고
발레수업에서는 복근 운동이 기본 중 기본이다. 시키니까 하지 정말이지 혼자서는 안 하고 싶다.
(“아무튼, 발레” 중에서)
누군가가 시킨다면 마지못해 끌려가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
나에게 그것은 피아노다. 해 보고 싶기도 하고 해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막상 하려니 귀찮고 잘 안 되는 것. 그래도 꾸준히 해 보고 싶은 것.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피아노를 잘 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나는 악보를 보고 편안하게 연주하는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다. 고운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추는 모습이 참 예뻐보였다.
나는 못했지만 내 아이는 잘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피아노 학원을 등록했다. 악기를 배우는 건 좋은 일인데 피아노를 배우면 어떤 악기를 배우든지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의견을 묻고 시작한 피아노였지만 아이는 학원을 싫어했다. 친구들과 이론을 배울 때는 재미있는데 혼자 작은 방에 들어가 피아노 연습을 할 때 무섭고 힘들다고 했다. 원장 선생님과도 의논을 해 보았지만 스스로 이겨내야 할 부분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 학원에 가는 요일 아침이면 한숨을 짓는 아이를 보면서 고민했다. 결국 학원에 다닌 지 8개월쯤 되었을 때 그만두기로 했다. 아이가 재미를 느낄 나이가 될 때까지 쉬면서 기다려주기로 했다. 대신 집에 피아노를 들였다. 아이를 위해서였지만 나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덕분에 나도 유튜브를 보면서 조금씩 둥당거리기 시작했다.
습관을 만들기는 힘들다.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처음 며칠은 재미가 있었지만 꾸준히 하려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느라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은 수려한 연주자인데 손가락은 생초보.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달랐다. 재미를 느끼려면 매일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하는데 집안일을 앞세워 피아노 앞에 잘 앉지도 않으니, 이거 원.
생초보 피아니스트의 목표는 동요를 연주하는 것이다. 하루에 십 분씩이라도 놓지 않고 연습하다 보면 동요 한 곡 정도는 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한눈에 음계를 알기도 어렵고 왼손과 오른손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잘하려는 게 아니고 즐기려는 거니까 욕심을 비우고 아주 조금씩 해보고 싶다. 내가 연주하는 동요에 아이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게 목표인데. 아이들이 벌써 가요를 부르기 시작했으니 마음만 바쁘다.
공연장에 가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보인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은 참 매력적이다. 그렇게 손가락과 악기가 하나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연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나도 저 연주자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뭘 하나. 일단 '학교종'부터 가능하도록 연습해야지. 그러다 혹시 잘하게 되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티니핑 주제곡'을 연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피아노를 치고 아이들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벌써 신이 나기 시작한다.
이미지: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