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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날 현 Dec 30. 2023

백지 앞에서 혼자

하루 시 한 편, 여덟째 날



동그라미 하나도

틀릴까 봐 무서워

그리지 못하는 아이


허연 도화지엔 눈 맞출 곳 없고

색색의 물감은 기다리고만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는 벌써

붓을 잡고 색칠하고 있진 않을까

앞선 불안에 눈이 멀어진 아이는

백지 앞에 멀거니 앉아있다


괜찮아

아무거나 그려봐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는데

아무거나 그려보란 말은

아무런 힘이 못 되고

아이의 어깨를 머뭇거림에 가두어 버린다


어쩌면 동그라미 하나도 버거울 아이

그 곁에 가만히 다가가

누군가 속삭여주었다면


괜찮아

아무것도 그리지 않아도 돼

꼭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렇게

속삭여주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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