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을 자꾸만 힐끔거린다
등굣길 우리 오빠손이 뻘게지도록
커다랗게 뭉쳐놓은 얼굴이
어느새 홀쭉해졌는데
이러다 금방 사라지겠어
조급한 내 마음도 모르고
아직 2교시밖에 안 됐는데
햇볕은 한낮 같고
흘러내려가는 양쪽 볼에
눈 한 덩이씩 붙여 놓으면
오빠는 모를지도 몰라
쉬는 시간까지 이제 3분
교실에서 오른쪽 복도로
왼쪽 계단에서 일층 중앙현관으로
그리고 운동장까지 달려가는 길을 그려보는데
종이 울린다
허연 입김 뿜어내며 달려가는 길
저 멀리 보이는 두 사람
하나는 눈사람 또 하나는
우리 오빠
눈사람 녹으면
너 울까 봐 나왔지
하얗게 웃어 보이는 오빠 얼굴 아래로
두 손이 또 뻘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