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내면 풀이요, 두어 보면 꽃이라

若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

by 심해연




생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자꾸만 가위질을 서두른다. 마음의 뜰에 돋아난 슬픔과 고단함을 잡초라 명명하고, 그것들이 나의 화단을 망치기 전에 서둘러 뿌리 뽑으려 안간힘을 쓴다. 상처 입은 기억은 가시 돋친 넝쿨 같아 보이고, 방황하던 시간은 무질서하게 엉킨 덤불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완벽한 정원을 꿈꾸며 인생의 마디마디를 난도질하곤 한다.


그러나 날 선 가위를 내려놓고 흙 묻은 손을 씻은 뒤, 가만히 무릎을 굽혀 그 풀들을 들여다본다. 어둠의 습기를 먹고 자란 이끼 같은 우울도, 뙤약볕 아래 비틀거리던 갈증의 시간도, 사실은 내 영혼이라는 대지가 지탱해낸 생의 증거들이다. 베어버리려 했던 그 거친 이파리들이 실은 내 존재를 무너지지 않게 붙들고 있던 잔뿌리였음을, 그 치열한 생존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라는 풍경은 존재할 수 없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삶의 가장 아픈 구석은 종종 가장 깊은 향기를 숨기고 있다. 인연의 숲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를 할퀴고 지나간 사람, 가슴에 멍을 들게 한 만남조차 긴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내 인생의 해상도를 높여준 명암이었음을 알게 된다. 모질게 불어닥친 바람이 꽃샘추위였듯, 우리를 아프게 했던 그 모든 잡초의 시기는 사실 다음 계절의 꽃을 피우기 위한 필연적인 발효의 시간이었다.


두고 보면 꽃이 아닌 것이 없다. 한때는 오점이라 여겼던 눈물자국이 세월의 볕에 말라 고운 무늬가 되고, 벼랑 끝이라 믿었던 막다른 길이 알고 보니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였음을 발견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피어나는 계절을 살고 있을 뿐, 생에 불필요한 잡초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는 나의 못난 부분까지도 가만히 품어보기로 한다. 지독히도 힘들었던 작년의 겨울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어제의 가파른 고개도, 내 생의 화첩에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획이다. 베어낼 것 하나 없이 온통 꽃천지인 이 삶을, 나는 이제야 온전히 사랑하기 시작한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