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의 사랑

그대의 사랑은 무엇인가요?

by 심해연


빗물에 젖은 거리는 낮게 가라앉은 채 누군가의 발자국 대신 하늘에서 떨어진 눈물들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그 어두운 바닥 위로 점점이 박힌 하얀 꽃잎들. 나무 끝에 매달려 있을 때는 몰랐을 그들의 무게가, 바닥에 닿아서야 비로소 하나의 문장이 되어 읽힙니다. 사랑 없이 사는 것이 왜 그토록 힘드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젖은 길 위로 번지는 동그란 파동들을 가만히 가리키고 싶어집니다.


우리는 본디 혼자서도 온전한 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빗방울 하나가 수면을 건드려야 비로소 자신의 너비를 깨닫는 호수처럼, 사람의 마음도 타인이라는 빗줄기가 내려꽂힐 때에야 비로소 제 존재의 무늬를 그려냅니다. 사랑은 때로 나를 적시고, 나를 멍들게 하며, 결국에는 차가운 바닥으로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그 젖어가는 과정 속에서만 우리는 살아있다는 뜨거운 감각을 얻습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아마도 비가 오지 않는 사막의 밤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갈증조차 잊어버린 채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 누군가에게 상처받을 일도, 기대할 일도 없어 평온할지 모르나 그곳엔 아무런 파동이 일지 않습니다. 꽃잎이 떨어질 일도 없으니, 꽃이 피었음을 증명할 길도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라는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공중을 걷는 광대들입니다. 당신이 울면 나의 줄이 떨리고, 내가 웃으면 당신의 세상에 볕이 듭니다. 이 연결을 끊어내고 땅으로 내려오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떨어질 위험은 없겠지만 동시에 다시는 날아오를 희망도 잃게 됩니다. 사랑에 웃고 울며 기꺼이 젖어드는 이유는, 그 비참함조차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무채색의 고요보다는 훨씬 더 인간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꽃잎들은 비록 바닥에 떨어졌으나, 빗물을 머금어 더 투명하고 형형한 빛을 냅니다. 우리도 그렇겠지요. 사랑이라는 이름의 비에 흠뻑 젖어 발밑이 위태로울지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번져가는 그 파동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람은 사람이라는 거울 없이는 제 얼굴을 볼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사랑하고, 내 기억 속에 박힌 당신의 숨소리를 사랑하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먹이며 살아갑니다. 사랑 없이 사는 것이 힘든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존재를 지탱하는 유일한 중력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도 비가 내리고, 마음의 거리 위로 누군가의 이름이 꽃잎처럼 툭, 떨어집니다. 젖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기꺼이 서로의 빗물이 되어주는 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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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고 쓴 글 입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