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기억 상실증도 다 지나갔어.

그저 푸르뎅뎅했어 핏빛 내 인생이 보랏빛이었어 고마워 Q&A

by 이승현

1. 기억상실증 처음 겪었을 때 솔직히 어땠어?

- 벌써 12년 전 일이야.

무서웠어 너무너무..



물 틀면 몇 초에 한 번씩 물이

다 새어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매일 울었어.



가슴은 막 뛰는데 그 이름 세 글자,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얼굴을 보고.



기억이 안 나서 계속 울었고 울었지 뭐 내내

그냥 직감했어. 우린 운명이구나,



영혼의 소울 메이트구나.

근데.. 내가 지켜주지 못했구나.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고,

삐들삐들 말라갔어 마치 말린 무말랭이처럼.



병원에선 기억 상실증은 반년이 걸릴지

평생이 걸릴지 채 모른다고.



기억이 안 돌아올 수 있대서 내가

펑펑 울면서 의사 선생님 앞에서,



선생님 전 그럼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기억 없이? 저 진짜 제 세상..

저한테 중요한 사람인 것 같단 말이에요.



기억 좀 찾아주세요 도와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선생님 펑펑 울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보고 죄송하대.

유감이라고 했어.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없대..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데,



난 거기서 좌절했지.

매일밤 엉킨 수도꼭지가 되어 울었지,



가슴은 내 영혼은 다 기억하는데,

내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



중요한 사람인데.. 내가 다 망쳤다는 생각?

내가 그 중요한 사람을 다 잃었다는 생각.



전생부터 기억이 나는데..

매일밤 베개 커버가 다 촉촉했어.



그 중요한 사람을 기억 못 했다는

그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 진짜

표현이 안 돼.



2. 기억상실증후 또 기억 못 한 게 있어?

- 엄마, 아빠 기억하고.

동생이 있는 걸 잘 기억 못 했어..



엄마가 왜 그러냐고 네 동생 은태야..

정신 차려라고 해서 그냥 세뇌되고.



내내 괜찮은 척했던 거 같아..

내 동생도 그땐 기억 바로 못 했어.. 솔직히



3. 기억 상실증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

-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심장이 뛰는데,

이렇게 영혼이 다 기억하는데



머리는 따라주지 못하고 기억 못 했던 거.

그 나날들이 힘들었어 무서웠고 제일..



소중하다면서 너 왜 기억을 못 해 이승현.

이럴 거면 나가 죽어 그냥..



이런 말도.. 그땐 스스로 서슴없이 했지.

탓할 곳이 오직 나 밖에 없어서.



그리고 5년 뒤, 2018년쯤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기억 못 하고 사는 그 삶..



안일하고 소중한 걸 다 잃었는데

밥도 먹고 배도 부르고 사람도 사귀고,



잠도 자고 잘 지내는 내가,

칠흑 같은 어둠보다 더 보기 싫었어.



그래서 좀 나를 극에 치닫게 만들었던 거 같아.. 애써.. 체력이 다 나가떨어질 때까지.



4. 만약 사랑하는 그 애가 기억 상실증,

죽을 고비를 다 넘긴걸 2025년,

네가 비로소 알았다면? 반대로 생각해 봐.

- 나는 감히.. 판단도 평가도 못 해.

그냥 만나서 안아주는 일 밖에는,



그 애가 우울증이어도 그냥 안아줄 것 같아.

고된 세상살이 풍파 겪느라 마음이 많이 아팠구나.



이상하게 안 보고 약하지 않고.

걔라서 잘 버텼다, 우리.



잘 이겼다.

말없이 그냥 눈빛으로 안아주고

또 안아주고 계속 안아주고 그럴래 난.



5. 기억상실증 직전에 기도를 했었잖아,

후회 없어? 정말 다시 돌아와도 괜찮아?

- 지금 우릴 하늘이 갈라놓는 거면



승현이 저보다 더 조건 좋은,

건강한 여자 만나게 해 주세요.



그의 발 앞 좋은 흙만, 돌도 다 치워주세요.

근데 살다가 살다가 우리가 정말 운명이라면



수평선위에 손 꼭 잡고 다시 만나게 해 주세요.

다시 돌아와도 전 괜찮아요.



살아만 있으면 돼요 그가,

이혼이 솔직히 그 사람의 본질은 아니니까요.



마음속으로 그랬던 것 같아..

아직도 그렇게 차분히 생각하니까



새삼 그런 내가 멋있기도 하고.. 그러네~



6. 기억상실증 무서웠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 내 인생은 핏빛이었어. 죽을 고비, 기억 상실증

덕택에.. 근데 그 사람이 있어서 푸르뎅뎅해.



그냥 멍빛, 보랏빛이었어 유일한

2013년은 참 감사하지.



완치되고 재발되고 내내 반복되는

그 양극성 장애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병은 바로 기억 상실증이야.

내 맘대로 다 기억이 안 나니까..



빈자리를 쏙쏙 나쁘게 다 기억하더군,,

나 참 나쁘지?



근데 그땐.. 살려고 그랬어.

살려고 나도,



7. 기억 상실증 앓고 죽을 고비 넘긴 거

미치게 알리기 싫어했잖아.

근데 왜 2025년에 말했어?

- 너를 싫어하지 않아.

너를 전혀 원망하지 않아.



너를 미워하지 않아.

진심만 준 너에게, 그 사랑을 그 진심을

표현 못 해서 미안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어.

표현하고 싶었고 간절히,



8. 진짜 영혼 각인 소울 메이트가

그 애인 걸 알았을 땐 기분이 어땠어?

- 기억이 거의 돌아왔을 무렵..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근데 퍼즐 조각이 다 맞춰지더라고.

운명을, 하늘이 정한 인연을



하늘의 때를.. 내가 무슨 수로 부정하나 하고

받아들였지 뭐 난 일개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게 더 없더라고..



9. 지금껏 가장 힘들었던 기억?

- 안면실인증이 있어.

기억을 찾고는 걔에 대한 꿈도 꾸고



어렴풋이 우는 걔의 모습이 막 떠오르는데..

내가 그날,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내가 그날 만나서 꼭 안아줬더라면 싶었지.

그 애는 계속 빈 터널에서 2013년이,



지났음에도 날 꼭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거든.



10. 하고 싶은 말

- 환장하겠더라고.. 만나기 전엔 자기만 보라고

6개월간 조선시대 배경 같은 꿈..



기억 잃고는 유체이탈, 꿈에 조선시대 배경

왜 자기 기억 못 하냐고 또 같은 꿈.



어머님이랑 같이 꿈에 나왔는데,

어느 날 한참 지나서 걔 카카오톡 프사를 보는데



꿈에서 뵌 어머님 얼굴이었어..

그래서 소름이 돋았고.



기억을 찾고는 걔의 현대 모습으로,

지금 상황이 같이 나오더라고.



분주하고 힘겨워 보였어..

대신 나는 행복했지,



소울 메이트는 거울 같은 사이야.

이제 걔도 치유가 일렁이고 있지.



솔직히 말이야, 이혼을 하던 돈이 없던

키가 작던 그런 외관적인 거는 전혀 문제가 안 돼.



근데 이걸 10대 때 사주 보면 다시 돌아온다고

전생 인연이 이혼 후 말끔히 정리 후,



그 얘길 듣고 난 정말 평범하고 싶은데..

평범하기 글렀구나 그래서 친구가 물었는데 ,



돌싱 만나도 너 진짜 괜찮아?

네가 솔직히 아까워라며.



내 그 대답이 너무 멋있어.

난 여전히,



겨우 고등학생인데.

사람의 본질은 이혼, 외모, 돈, 명예, 권력.



그런 껍데기에 비할 게 아냐.

물론 초혼이면 좋겠지.



근데 내가 선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난 빈 껍데기는 선택 안 하는 주의라.



난 사람 본질 봐,

그거 서로 비우고 채우면 되지.



나도 장점 많은 만큼 되게 단점 많아.

이거 왜 이래.



난 진심으로 다가온다면 그 사람이 돌싱이든

이혼을 했든 그런 편견 안 가져.



근데 현실적으로 아이는 우리의

아이를 갖고 싶어.



친구는 명언이라고 날 극찬했지만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



사람의 본질을 보는 영원히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나는 그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먼 훗날 돌아봤을 때 따뜻하고 예쁜 사람.

기대고 싶은 유일한 따뜻한 사람.



그에게 그러고 싶다.

나는 이제 다 괜찮아!



기억 상실증,

기적처럼 이렇게 회복했으니. (소곤소곤)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