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 혹은 낡고 그 씁쓸함에 대해.

by 이승현

최근 내가 가장 아끼는 팔찌중 하나가

하필 중요한 날 끊어졌다.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정확히 우리의 관계도 똑 끊어졌다.

역시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



없었는데 딱히,



문득, 청소를 하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많이 낡았었네. 너무 오래됐고,

끊어질만했네 이 팔찌가,



줄은 낡았고 오래되어 물들었다.

그리고 단단해 보이던 그 팔찌는

어느새 끊어졌다.



우리의 관계 혹은

낡고 그 씁쓸함에 대해.



생각해 보면 팔찌처럼 그냥 끊어질 때가 되어

자연스레 끊어진 것뿐이다.



그 팔찌는 구슬이라서 하나하나

아주 작게 내 방에 다 흩어졌다



청소기를 밀어도 다

사라지지 않았다.



내 마음에 켜켜이 묵은 이 감정처럼,

어느새인가 들어와 버린



그 구슬은 쉽사리

잘 나가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청소기를 들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손수 하나하나 내가 그 구슬을

끌어모아 버려야만 했다.



우리의 관계 혹은 낡고

그 씁쓸함에 대해.



그냥 끊어진 거야,

별 것 아냐.라고 오늘은 그냥

내게 말해주고 싶다.



혹 마음이 무겁다면

가벼워지라고. 하루빨리,



훌훌 그렇게 털어 버리라고.



시간이 약이란 말을 난 싫어한다.

그 말을 채 믿지도 않는다



시간이 약이 아니라 사실은

그 시간 안에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다 해내면 시간은 더 빨리 가속도를 낼 뿐이다.



내가 시간 안에 그걸 다 해내지 않으면,

나는 그 시간이 유독 지옥일 뿐일 테니.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운동도 잘하고

가끔 사람도 만나고 극본도 잘 쓰고



명상도 잘하고 난 그저

해야 하는 걸 할 뿐이다. 묵묵히,



그 시간을 내가 돌이켜 봤을 때,

나는 적어도 시간에 발목이 묶이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그저, 소중한 건 소중한 대로,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떠나가면 떠나가는 대로.



머무르면 내게 머무르는 대로

난 그냥 그대로 두기로 한다.



나는 이렇게 또,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걸

서서히 해내면서 또 살아간다!



망각이라는 소스가 있음에

정말로 퍽 감사해진다.




오늘은 또

더 유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