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가 드디어 완치 됐다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울먹이며)
선생님은 그렇게 좋아요?라고 물으셨다.
네. 정말 좋아요,라고 울먹이며 신나 하던
여린 내 모습이 어느새 오버랩된다.
양극성 장애는 예후가 좋지 않은 병으로서
완치가 어렵기로 유명하다.
예술가들에게 흔히 천재의 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인터넷에서 보았다.
그런 병에 걸려 목숨을 걸고 완치를 향해
완주한 나는 정말 방방 뛸 듯이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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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 장애가 재발 됐습니다.
네? 재발이라고요?...
눈물이 났다. 근데 실제로 난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렇게 쉽게 재발될 거면 완치를 위한 내 피나는 노력은 뭐지.. 이건 뭐지? 물거품이 되어 모든 게
다 사라지는 그 엿 같은 기분.
모든 가족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이 마라톤을 같이 뛰었기에 가능했는데.
물론 엄마가 제일 고생했지만 그중 장본인인 나 역시 고생을 아예 안 한 건 절대 아녔다.
마음, 재질, 사상 좋은 거라면 뭐든 다 해주고
운동의 일상화 내내 명상..
그리고 나 자신과의 고군분투 속 싸움.
한계다 싶어도 꾸준했던 그 노력,
마치 악성종양이 꼭 내 몸에 다 퍼지듯이,
안 좋은 게 한 번에 다 퍼지는 기분이었다.
모든 걸 완치를 위해 피나는 운동, 건강한 식단
언제라고 딱 집어 말 할 수 없으니.
그냥 평생이라고 쓰고 그렇게 읽으며 눈물로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재발?..
이 뭐 같은 세상. 이 엿 같은 세상!
나 진짜 착하게 살았잖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늘 돕고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이제껏 잘 살아왔잖아..
근데 이게 뭐야 아...
그 흔한 욕도 안 하고 살았는데. 이제 한다 해.
어차피 내가 노력해도 극복도 안 되는 거면
에라잇 나도 이젠 모르겠다.
그래서 난 내가 예술가인 것도 속으로 아무도 모르게 욕했다.
나 그냥 좀 순탄하게 평범하게 좀 살고 싶어.
모든 것에 있어서 왜 내 인생은 모든 게 중간이 없는데!
이 세상이 아주 온순한 양을
완전 사자로 만드네?
이럴 거면 엄마 나 그냥 내 꿈이고
뭐고 다 포기할래.
늘 조금은 예측되는 그런 인생 살고 싶어.. 나도
늘 심장이 벌렁벌렁 놀라고 슬프고 상실감에 젖고 나만 왜 그런 건지 이젠 나도 잘 모르겠어.
양극성 장애는 유전 또는 술, 스트레스 잠 등
환경에 아주 취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운동, 습관 만들기 루틴을 갖추어
꾸준한 노력을 하면 내 경험상 완치에 각별한 도움이 된다. 그 과정안에 절대 쉽지도 않은 게
자기와의 한계에서 다 넘어서야 한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 잠 못 잤지.
못 잔 정도가 아니라 평균 수면시간이 한 자리
일 때도 있었고 스트레스 엄청났고 잠을 못 자니 밥이 들어갈 리 만무했고..
그래서 휘청휘청 쓰러졌고, 한 두세 번 쓰러지는
걸론 어.. 뭐 괜찮다고 전혀 안 괜찮던 나에게 그렇게 다독였다. 그건 내 식의 위로가 아녔다.
이 세상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내게 그저 강요였다.
안 괜찮으면 너 어쩔 건데. 아 씨 진짜..
뭐 어쩌는데, 다 참아야지 개뿔!
그러다가 소중한 기억을 잃었다.
그럴 거면 스스로에게 아구 착하지,
멋지지. 참아~ 참아, 가 아니라
힘들 땐 속으로 욕도 하고
악도 쓰고 눈물도 흘리고
운동장도 막 화가 나 홱 돌고
못 참겠음 힘들다고 누구라도 붙잡고
말도 좀 해.라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가르칠 걸 그랬다.
참긴 뭘 참아 아.. 이 씨! 개뿔..
병원에선 그 기억상실이 아주 심각한 건 아니라고
걱정할 정돈 아니랬는데 쓰러질 때마다 사라진
그 기억은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도 난 내가 가진 작은 퍼즐조각과
어디 둘 곳 없어 그저 싸우고 있다.
그중 딱 하나 기적처럼 돌아온 기억이 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정말 모든 게 다 진심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죽지 않고 그저 살아 있던 그 이유는,
차가운 세상을 먼저 떠난 따뜻한 우리 오빠와 살아내기로 약속했었기 때문이고.
또 저 이유가 자유자재로 마구 휘청휘청 일 때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던 또 다른 이유가 되어줬던 진짜 큰 이유는 죽지 않고 살아서 너에게 단단한 사람이 되어 직접 방긋 웃으며 사과하려고,
그런데 나는 이미 연락해 너에게 사과도 고마움도, 감사함도 다 표현했지만 직접 만나 방긋 웃는 건 아무래도 난 못 하겠다. 내가 너무 부족해서,
아직 난 내가 조금은 별로인 것 같거든 그냥..
그리고 방긋 웃으며 더 말할 자신이 없어 나는.
시간이 지났고 다 지난 일이라고 다들 웃겠지만
네 앞에서는 더는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할 자신이 나는 없어.
덕분에 여전히 좋은 사람일 수 있었고
아직도 감사하고, 미안하고 너무너무 고마운데.
근데 그게 너무 다 진심이었어서.
나는 이제야 막 찾은 오랜 기억이라
안 울 자신이 없어 그래서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어.
근데 다 진심이었어. 다시 살게 되어서 꿈결같이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었거든.
p.s 그리고 오빠..! 나 또 오빠 보러 갈게.
아주 좋은 사람이랑 :)
오빠가 우리 승현이가 훨씬 더 아까운데?라는
말 쏙 들어가게 할 사람, 꼭 데려갈게.
울지 않고 또박또박 오빠.. 보고 싶었어요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나에게도 꼭 오겠죠?..
그리움이란 감정은 오빠 난 아직도 대하기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 그래도 나 살아는 볼게.
저 두 가지 이유 잘 되새기면서,
살아 있음에 썩 지독해도 어느 날은 기적같이 찾아와 준 그 기억에 너무너무 감사해서라도
그저 살아는 볼게 오빠.
그래도 오빠가 곁에 살아있었으면 내가 더
생경한 에너지가 감돌고 더 감사했을 것 같네.
오빠 보고 싶어 아주 많이..
내가 안 좋은 선택 혹은 생각을 했을 때
내 곁에 잠시라도 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소문도 없이 그렇게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넌 그래도 살아!
라는 그 말에 나는 아직도 따뜻한 나를 믿고
오빠 말대로 나 아직 이 세상에 살아있어.
근데 오빠 나 지금은 내 직업 천직이라 믿으며
만족도 높고 너무너무 감사한데,
사실은 규칙적인 환경과 그런 어떤 직업을 가졌다면 난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조금? 흐흐~
그냥 이 세상에 우리 오빠만은 내 말을 온전히
다 웃으면서 헤아려줬을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