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안면인식 장애가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 부단이 노력해야만 했다. 소중한 걸 기억하기 위해서.

by 이승현

나는 사실 안면인식 장애가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부단이 노력해야만 했다. 소중한 걸 기억하기 위해서.

잃지 않기 위해서.



난 어릴 때부터 사람 얼굴, 목소리, 이름 등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매칭은 물론, 심하게는 사실 난 공개적으로

처음 얘기하지만 그래서 참 부끄럽지만

내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당시 절친한 친구가

야. 너 타인은 기억 못 해도 너는 좀 스스로 기억해야 되지 않겠냐. 사진을 매 년 찍어봐.

당장 그게 극복은 안 돼도 연습이라도 되게.



사실 난 매 년 사진을 남긴다. 폰카든,

뭐 바디 프로필이든 아님 필카든.

인생 네 컷이든 그게 뭐든 말이다.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난 진심으로 놀랐다. 그리고 정말 많이도 슬펐다.



문득문득 사람들이 갑자기 멀리서 훅 다가와-

승현아. 안녕! 이라거나, 툭 나를 가만히 치면

조용히 생각한다. 저 사람... 누구지?



고등학교땐 그저 내가 시력이 많이 나쁜가? 었고

더 어릴 땐 충격적 이게도 부모님이나 내 동생, 할머니 할아버지. 가까운 사람들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사람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그게 사춘기 시절 나한텐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래서 난 10대 때부터 필사적으로 노력해야만 했다. 그 노력은 채 한 줄로 요약하기 참 눈물겹지만 그 쓰디쓴 노력이 있어서,



지금은 내 부모님 얼굴 기억은 한다.

다만, 최근에 본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네 얼굴,

까먹겠어.라고 하는 건 사실 진심이다.



진지하게 혹은 장난스레 야. 보고 싶어.라고

하는 건 이미 네 얼굴 내 뇌에서 사라진 지 오래야.

사실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진짜로. 이 말이다.


3개월이든, 6개월이든 1년 이상이든

계속 봐도 솔직히 기억 안 나는데 안 보면

나 같은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겐

더욱이 기억이 안 날 수밖에.



그래서 참 애쓴다.

나도 처음엔 정말 무서웠고 직히 지금도 상당히 무서운데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을 테니

내 경험이 혹여나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몇 자 적는다.



사실 나의 경우는 무서운 건 잠시.

하지만 상당히 오래갔고 내 얼굴도 기억 안 나는 게

더 충격이라 부모도, 모든 가족들도,

친구, 지인, 연인도. 그게 좀 심했는데..



그게 어릴 땐 해가 가지 않아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매년 난 상상을 한다.

최근에 누군가를 봤던 못 봤든 간에

내가 아는 그 사람을 뇌에서 잘 정리해 이미지 세팅을 거친달까?



너 평생을 네 얼굴을 모르고 살래?

매번 보는 네 얼굴을?

계속 렇게 낯설어하며 그렇게 살 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난 큰 충격을 받았고 별 거 아닌데 이건.

막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처럼 우울해진 고등학생은 매년 이토록 사진에 집착하며

사진을 차곡차곡 남긴다.



업무용 카카오톡에 내가 웃는 모습,

무표정, 누군가와 함께 찍은 사진.

추억을 이곳저곳 뒤적이며 내 웃는 모습은

또 이렇게 생겼구나! 무표정은 이렇나.



화내는 모습은 또 이렇네. 하나씩 여전히,

난 훈련 중이다.



아무리 애써도 내 5년, 10년에

금의 내 얼굴은 사실 기억나지 않아서.



결혼식, 내 목표를 이룬 몇 년 뒤.

아무리 상상해 봐도 내 모습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내 얼굴.. 어떻게 생겼더라..?



5년 뒤, 10년 뒤 매번 목표를 설정해 나아갈 때마다 그 과정을 결국 내가 이루었어도 그 상상 속의

내 모습엔 지금의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훈련한 모습은 솔직히 최근의 내 모습이 아니니까 그래서 기억이 잘 안 나니까.



난 사진을 보고 겨우 겨우 기억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 내 10대, 20대 초반 이러면 지금의 내 모습이랑 내 목소리랑 매칭이 여전히 어려운 건 극명한 사실이다.



노력 중이다. 여전히, 노력.

그 흔한 노력이라도 안 하면 연습이라도 안 하면

현재 사진이라도 계속 남기고 카카오톡에 올리지 않으면 내 얼굴이 진짜 기억 안 날 것 같아서.



어느 날 문득, 낯설어서 거울 속 내 모습이.

내 얼굴이 기억 안 나는 게 몹시 당황스럽고

많이 무서워서. 그걸 평생을 겪으며,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서.



사람들의 얼굴 또한 목소리 매칭까진 아니어도

이름정도는 얼굴이랑 꼭 잘 연결시키고 싶어서.



적어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내 눈으로 꼭 예쁘게 기억하고 싶어서.



안면인식 장애가 더는 나에게 큰 게 아니라는 걸

별 게 아니라는 걸.

그냥 내가 가볍게 인지만이라도 했으면 해서



그럼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아서.

그래서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있으면

계속 본다. 계속, 내 얼굴도 솔직히 아직 낯선데.

사랑하는 그들의 얼굴도 여전히 난 낯설기만 해서.



그래서 난 더 부단이 노력해야만 했다.

그 소중한 걸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비록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

지금의 그들은 정녕 아닐지라도.



혹여나 나랑 친한데 지금 사진이 있다면

꼭 한 번은 보내주시길.

내가 나도, 그리고 당신도 잃지 않게 디.

함께 해주시길.



매일매일 보면서 이렇게 생긴 애였구나.

하지 않으면 난 타인을 정녕 기억하기가

제법 어렵고



매일매일 거울 보며 거울 속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 그리고 눈 코입 천천히

날 가만히 관찰하지 않으면 나는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난 부단이 노력 중!



p.s 업무용 카카오톡에 내 사진이 자꾸 올라오는 건

나 스스로도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를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여기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노라고.

너무 염려 말라는 나의 친절한 당부.



사실 나 그동안은 기억나는 척했는데.. 헤헤

사실 이건 몇 사람 말고는 전혀 모르는 얘기긴 한데 이렇게 다짐을 또 몇 자 적어야 나태해진 내가,

다시 마인드리셋하고 더 노력할 것 같아서.



여러 방면에서,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