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안면인식 장애가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 부단이 노력해야만 했다. 소중한 걸 기억하기 위해서.
by
이승현
Oct 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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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안면인식 장애가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부단이 노력해야만 했다. 소중한 걸 기억하기 위해서.
잃지 않기 위해서.
난 어릴 때부터 사람 얼굴, 목소리, 이름 등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매칭은 물론, 심하게는 사실 난 공개적으로
처음 얘기하지만 그래서 참
부끄럽지만
내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당시 절친한 친구가
야. 너 타인은 기억 못 해도 너는 좀 스스로 기억해야 되지 않겠냐. 사진을 매 년 찍어봐.
당장 그게 극복은 안 돼도 연습이라도 되게.
사실 난 매 년 사진을 남긴다. 폰카든,
뭐 바디 프로필이든 아님 필카든.
인생 네 컷이든 그게 뭐든 말이다.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난 진심으로 놀랐다. 그리고 정말 많이도 슬펐다.
문득문득 사람들이 갑자기 멀리서 훅 다가와-
승현아. 안녕! 이라거나, 툭 나를 가만히 치면
조용히 생각한다. 저 사람... 누구지?
고등학교땐 그저 내가 시력이 많이 나쁜가?
했
었고
더 어릴 땐 충격적
이게도
부모님이나 내
동생
, 할머니 할아버지. 가까운 사람들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사람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그게 사춘기 시절 나한텐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래서 난 10대 때부터 필사적으로 노력해야만 했다. 그 노력은 채 한 줄로 요약하기 참 눈물겹지만 그 쓰디쓴 노력이 있어서,
지금은 내 부모님 얼굴 기억은 한다.
다만, 최근에 본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네 얼굴,
까먹겠어.라고 하는 건 사실 진심이다.
진지하게 혹은 장난스레 야. 보고 싶어.라고
하는 건 이미 네 얼굴 내 뇌에서 사라진 지 오래야.
사실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진짜로. 이 말이다.
3개월이든, 6개월이든 1년 이상이든
계속 봐도 솔직히 기억 안 나는데 안 보면
나 같은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겐
더욱이 기억이 안 날 수밖에.
그래서 참 애쓴다.
나도 처음엔 정말 무서웠고
솔
직히 지금도 상당히 무서운데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을 테니
내 경험이 혹여나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몇 자 적는다.
사실 나의 경우는 무서운 건 잠시.
하지만 상당히 오래갔고
내 얼굴도 기억 안 나는 게
더 충격이라 부모도, 모든 가족들도,
친구, 지인, 연인도. 그게 좀 심했는데
.
.
그게 어릴 땐
잘
이
해가 가지 않아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매년 난 상상을 한다.
최근에 누군가를 봤던 못 봤든 간에
내가 아는 그 사람을 뇌에서 잘 정리해 이미지 세팅을 거친달까?
너 평생을 네 얼굴을 모르고 살래?
매번 보는 네 얼굴을
?
계속
그
렇게 낯설어하며 그렇게 살 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난 큰 충격을 받았고 별 거 아닌데 이건.
막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처럼 우울해진 고등학생은 매년 이토록 사진에 집착하며
사진을 차곡차곡 남긴다.
업무용 카카오톡에 내가 웃는 모습,
무표정, 누군가와 함께 찍은 사진.
추억을 이곳저곳 뒤적이며
아
내 웃는 모습은
또 이렇게 생겼구나! 무표정은 이렇
구
나.
화내는 모습은 또 이렇네. 하나씩 여전히,
난 훈련 중이다.
아무리 애써도 내 5년, 10년에
지
금의 내 얼굴은 사실 기억나지 않아서.
결혼식, 내 목표를 이룬 몇 년 뒤.
아무리 상상해 봐도 내 모습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내 얼굴.. 어떻게 생겼더라..?
5년 뒤, 10년 뒤 매번 목표를 설정해 나아갈 때마다 그 과정을 결국 내가 이루었어도
그 상상 속의
내 모습엔 지금의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훈련한 모습은 솔직히 최근의 내 모습이 아니니까 그래서 기억이 잘 안 나니까.
난 사진을 보고 겨우 겨우 기억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 내 10대, 20대 초반 이러면 지금의 내 모습이랑 내 목소리랑 매칭이 여전히 어려운 건 극명한 사실이다.
노력 중이다. 여전히, 노력.
그 흔한 노력이라도 안 하면 연습이라도 안 하면
현재 사진이라도 계속 남기고 카카오톡에 올리지 않으면 내 얼굴이 진짜 기억 안 날 것 같아서.
어느 날 문득, 낯설어서 거울 속 내 모습이.
내 얼굴이 기억 안 나는 게 몹시 당황스럽고
많이 무서워서.
그걸 평생을 겪으며,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서.
사람들의 얼굴 또한 목소리 매칭까진 아니어도
이름정도는 얼굴이랑 꼭 잘 연결시키고 싶어서
.
적어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내 눈으로 꼭 예쁘게 기억하고 싶어서.
안면인식 장애가 더는 나에게 큰 게 아니라는 걸
별 게 아니라는 걸.
그냥 내가 가볍게 인지만이라도 했으면 해서
그럼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아서.
그래서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있으면
계속 본다. 계속, 내 얼굴도 솔직히 아직 낯선데.
사랑하는 그들의 얼굴도 여전히 난 낯설기만 해서.
그래서 난 더 부단이 노력해야만 했다.
그 소중한 걸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비록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
지금의 그들은 정녕 아닐지라도.
혹여나 나랑 친한데 지금 사진이 있다면
꼭 한 번은 보내주시길.
내가 나도, 그리고 당신도 잃지 않게
부
디.
함께 해주시길.
매일매일 보면서 이렇게 생긴 애였구나.
하지 않으면 난 타인을 정녕 기억하기가
제법 어렵고
매일매일 거울 보며 거울 속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 그리고 눈 코입 천천히
날 가만히 관찰하지 않으면 나는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난 부단이 노력 중!
p.s 업무용 카카오톡에 내 사진이 자꾸 올라오는 건
나 스스로도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를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여기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노라고.
너무 염려 말라는 나의 친절한 당부.
사실 나 그동안은 기억나는 척했는데.. 헤헤
사실 이건 몇 사람 말고는 전혀 모르는 얘기긴 한데 이렇게 다짐을 또 몇 자 적어야 나태해진 내가,
다시 마인드리셋하고 더 노력할 것 같아서
.
여러 방면에서,
아자!
keyword
기억
노력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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