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만 18세인가. 19세인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내가 어딘가에서 펑펑 떠나가라 우니까 애기가 무슨 일로 이렇게 서글프게 우냐고.
그때 할머니께서 내 얘길 들어주셨어.
약간은 충격받은 얼굴로 애기가 80~90대에
겪을 이야길 먼저 겪었네. 아직 10대인데..
하며 안쓰러워하시곤 작은 내 손을 잡아주셨지.
인자한 미소로 답하시며 내게 40~50대쯤 되면 아니 경험이 다채로우니까
30대쯤 청년만 되어도 타인보단 많은 경험으로
덜 힘들 거예요. 그때가 되면 본인은 타인보다
훨씬 더 단단할 거예요. 진짜로. 할머니 말 믿어봐요! 하셨지,
난 울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이처럼 내내 울기만 했는데,
할머니 눈엔 내가 벌써 조그마한 나무라고 하셨지.
30대 청년이 되면 본인은 정말 멋지게 클 거라고 본인이 원하는 단단한 나무가 꼭 될 거라고 하셨지,
정말요? 토끼 같은 눈을 하던 내가 물었는데.
넌 이미 된 것 같다. 이젠 그때도 지금도 너의 꿈은
나무 같은 사람이니, 이미 이루어졌음에 감사해.
너무 예쁜 애기가 80-90대 할머니가 되어서 겪을 법한 일을 너무나 많이 먼저 겪었네.. 라며
내가 그늘지지 않게 잘 크길 바라고 같이
위로해 주셨던 할머니.
이웃도 아니고 그저 별 것 아닐 수도 있었을 텐데
그냥 지나치지 않아 주셔서 그때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애기 때 먼저 겪은 아프고,
고통스럽고 죽을 만큼 힘든 많은 일들로 인해
이제 그 말씀대로 단단해져 별 일이 있어도
이젠 그러려니 하는 스스로를 많이 아끼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네요 저도, 참 감사히도.
그땐 어린 나이에 왜 이런 일을.. 겪지?
왜 늘 나야? 하며 내내 신을 원망했는데.
먼저 겪은 게 어쩌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만약 70세가 넘어 그런 일을 겪었다면 제가
잘 못 버텼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하나의 과정이라 믿으니 덕분에
너무 다행히도 나무 같은 사람, 저도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