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from 노을공원(이것은 목성)
토성을 봤다.
망원경을 통해서였지만 내 눈으로 그것을 직접 봤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토성에는 고리가 있었다.
나는 너무 신기해서 연신 "와-! 와-!"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렌즈를 통해서 본 토성은 동그란 행성을 중심으로 고리가 둘러져 있었다.
하루종일 무더위에 지친 날이었다.
친한 언니와 낮술을 하자며 즉석떡볶이집에서 만났지만, 가게가 너무 더워 생맥주 두 잔에 자리를 옮겨야했다.
설빙에서 팥빙수로 몸을 식힌 뒤 무얼할까 고민하던 우리는 사주를 보러가기로 했다.
추천을 받은 곳으로 가는데, 잘못된 주소를 받는 바람에 길에서 30분을 헤맸다.
그날의 낮 기온은 37도였다.
겨우 찾아서 간 작은 사주가게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어도 더운 곳이었고, 부채질을 하며 우리는 사주를 봤다.
그럭저럭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고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노을공원으로 향했다.
지인이 캠핑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었다.
가겠다고 말해뒀던 시간보다 늦어져 급하게 탄 택시에서 기사님은 노을공원이 어딘지 몰라 같은 곳을 20분 넘게 빙빙돌았고, 결국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다리앞에 나를 남겨두고 떠났다.
걸어서 30분거리를 맘먹고 걸어가던 중, 다행히 캠핑장까지 가는 유료 전기차를 만나 그나마 편히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캠핑장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밤 8시가 넘은 상태였다.
이것 저것 일을 도와주며, 모기를 쫓으며 서성거리는 찰나, 다른 지인이 어서 가서 달을 보라고 했다.
그 날은 보름달과 화성, 목성, 금성, 토성을 모두 볼 수 있으면서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날이었고,
주최측은 천문동아리를 섭외해 망원경들을 깔아놓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사람들의 안내에 따라 커다란 달을 보고, 빨간 화성을 보고,
4개의 달을 달고 있는 목성을 보고,
빛나는 금성을 보고,
그리고 토성을 봤다.
토성은 고리를 달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원래 알고 있었나?
너무 신기했고, 기뻤다.
내 눈으로 토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고, 고리를 본 것이 기뻤고, 그 날의 모든 수고들이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이 별을 봤다는 이유로 내 입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행복해!"
나는 이 행복과 놀라움을 전파하기 위해 사람들을 붙잡고 강제로 토성을 보게했다.
이것은 봐야한다, 이것을 보지 않고서는 오늘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모두들 놀라워했고, 함께 기뻐했다.
토성을, 토성의 고리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니.
행복은 나와 토성의 거리만큼 멀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볼 수 있는 곳에 있었구나.
기나긴 우울의 터널에 있던 나를
하나의 빛으로 달래줬던
잊지 못할 밤이었다.
/1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