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다

나희덕_시와 물질_문학동네

by 박진권

시를 읽다


박진권

도서 시와 물질

저자 나희덕

출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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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을 땐 최대한 조용한 공간이 필요하다.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은은한 주황빛 또는 어둠 속 옅은 빛에 기대어 은밀하게 탐독한다. 문학과 독서를 공부하듯 꼼꼼히 읽거나, 감각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느낌만으로 읽기도 한다. 완전한 침묵, 외부의 소음과 움직임에서 자유로운 곳이 아니라면, 귀마개 등 의도하지 않은 외부의 소리에서 멀어질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한다. 시를 읽을 때면 온전한 내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땐 더욱 불안정해지기도 한다. 불행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불쾌감이 커지면 시집을 덮어버린다. 두 번, 세 번 읽으면 똑같은 장에서 행복을 느낄 수도, 위로받을 수도 있다. 시인은 사소한 것을 사소하지 않게 바라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풀어낸다. 가볍게 스치는 것에도 베일 만큼 섬세한 이들이 그리는 시는 외줄타기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다가온다. 터질 듯 터지지 않는 폭발물처럼 계속해서 긴장하게 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에 들고, 아침에 깨어난다. 기분 나쁜 꿈 한번 없이 포근한 침대 위에서 그들과 함께 사색의 여행을 떠난다. 사람을 지나 생물과 무생물, 삶과 죽음을 넘어 존재와 비존재를 의심하는 그들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그 시선을 더듬어 찾아가는 나는 언제고 그곳에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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