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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 Jan 20. 2019


왜 개발자가 되려고 하시나요?

비전공자, 개발자가 되려 한 이유

 제가 비전공자로 대학 4년 동안 수강했던 컴퓨터 관련된 수업은 정보사회와 통신 그리고 C언어가 다였습니다. 1학년 때 들었던 C언어 수업은 세미콜론과 콜론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체 아픈 손가락으로 끝났습니다. 이렇게 개발의 "개" 자도 모르던 저였지만 개발 공부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니 재밌었고, 힘이 들 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제가 왜 개발자가 되려고 했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일부 산업군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개발자가 되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1. 진입장벽이 낮고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

2.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

3. 내가 회사에 직접 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직업


진입 장벽이 낮고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분야

 제가 기존에 하던 일은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었습니다. 저는 조선소에서 해양 플랜트 관련 기계설계 엔지니어로 일을 했습니다. 해양 플랜트란, 바다에 있는 원유를 추출, 정제하고,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설비, 구조물 등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 중 하나입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은 일을 하기 위해 신뢰를 쌓는 것이 어렵고,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선점하고 있는 회사들이 이를 독점하는 형태가 흔합니다. 진입장벽이 높고 특수하다 보니 범용성이 떨어졌고, 기술 공유가 거의 없었습니다. 특정 기술은 우리나라에 그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한 분밖에 없고 감히 세계 최고라고 말할 만큼 대단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술 공유가 없다 보니, 우리나라 조선 3 사도 기술로 어필하며 입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살 깎기 식으로 한없이 가격을 낮춰서 계약을 성사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회의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발자가 되기로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진입 장벽이 낮고 기술 공유가 활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타본 시추선

 더불어 해양플랜트 산업은 원유에 관련된 산업이기 때문에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 난방, 차를 움직이기 위한 원료 등 원유가 필요하지 않은 곳을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원유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대학 때 들었던 수업이 생각이 났습니다. "공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업이었는데, 공대에 속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듣는 수업이었습니다. 그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저희에게 던진 질문 중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왜 이 전공을 선택했나요?" 그중에 제 기억에 남았던 답변은 한 컴퓨터 공학과 학생의 답변이었습니다.  


"컴퓨터 공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사람을 향합니다. 스마트 폰을 통해 만들어진 어플은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칩니다. 제가 만든 어플 하나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바꿀 수 있고 그를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 이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선택했던 전공은 컴퓨터 공학과 학생이 했던 답변과 목적은 같으나 그 방법이 정반대였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밀접 하지만 직접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산업에서 일을 했고 컴퓨터 공학은 그 반대로 사람들의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게 하는 산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매일 출퇴근하던 기숙사 앞 풍경


어디서든, 나와 컴퓨터만 있다면


 두 번째는 일하는 곳이 장소에 제약이 심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조선소는 설계, 현장, 자원 이 세 가지를 고려하면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선박이나 구조물이 건조되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조선소가 동떨어져 있다 보니 타지 생활이 필수적이었고, 이 점이 저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 장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해야 하는 일이 반드시 타지 생활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긴 타지 생활 끝에 내린 결론은 제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였습니다. 해서 제가 다른 직업을 택하게 된다면, 일하는 곳이 위치에 제약을 많이 안 받는 일이길 바랐습니다. 개발자는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두 번째 이유와도 잘 맞았습니다.


공항에서 일하기



내가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 제가 하는 일이 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길 바랐습니다. 첫 회사가 대기업이다 보니, 제가 어떤 일을 해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아주 큰 구조물에 나사, 너트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 프로젝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사람이 많다 보니 인사 평가가 개인의 성과보단 다른 요소들이 고려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너무 커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보단, 개인의 성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보단, 규모가 작더라도 제가 맡은 바 일을 했을 때 이에 대한 저의 성과가 눈에 보이고, 이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발자를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제가 이전에 일하던 회사에 단점만 나열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녔던 회사에는 이보다 더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이 또한 다른 글에서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을 통해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인지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택한 개발자가 제가 생각한 3가지 이유를 미루어 봤을 때 맞는 선택인가 하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그렇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발을 시작하려는 비전공자 분들께

 제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면서 그리고 일하는 지금도 무엇보다 놀랍고 감사한 문화는 "오픈소스"입니다. 자신이 학습한 것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이 자유로운 학문이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문화 덕분에 개발 공부를 시작 할 수 있었고, 1년 만에 커리어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또, 일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안드로이드 앱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 및 제작하고 플레이스토어에 올리는 영광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전공자이지만 개발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이 시작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이미 많은 것들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단,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하기를 바랍니다. 방법은 독학이 될 수도 있고 대학이 될 수도 있고 또는 학원이 될 수 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공부한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왜 개발자가 되기를 선택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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