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막 5년 차가 된 안드로이드 개발자이다. 비전공자이고, 두 곳의 스타트업을 거쳐 최근 가고 싶던 기업 두 군데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다. 퇴사를 하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힘도 얻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를 보답하기 위해, 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쓴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개발자가 많은, 좋은 개발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중간에 팀을 리딩 하거나, 다른 개발자와 협업을 하긴 했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 같이 일했던 안드로이드 개발자분들 모두 협업한 경험이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 일하는 것보다 함께 일하며 서로를 보완하고 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
이력서는 원티드 이력서를 이용했다. 혼자 워드로 작성해보고, 노션도 이용해봤지만, 출력해서 봤을 때 가장 보기가 좋았다. 그리고 원티드에서 작성한 이력서로 여러 회사에 지원할 수 있어서 편했다.
원티드 이력서에는 최상단에 '간단 소개글'을 적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나의 총 경력 및, 그동안 해왔던 활동 중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담았다. 경력은 각 회사 또는 프로젝트별로 작성했고, 강조하고 싶은 활동을 1~3개를 제목으로 작성 후 2~3줄 정도 부연설명을 작성했다. 그리고 현재 플레이스토어에 업로드되어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링크를 추가했다.
원티드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줄 바꿈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력 부분을 작성하다가 회사 이름만 덩그러니 앞장에 있고, 상세 이력 부분이 뒷장에 있으면 보는 사람이 불편하다. 이런 점들은 수정이 가능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처음에 지원할 때는 이 이력서 하나로 지원했었다. 당연히 여러 기업에서 서류 탈락 소식을 들었다. 당연하게도 이력서 몇 줄로, 나를 어필할 순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포트폴리오 정리에 들어갔다.
포트폴리오는 노션을 이용했다. 첫 번째 이유는 예쁘다. 깔끔하다. 다른 개발자분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나도 이렇게 만들고 싶다, 예쁘다고 생각했던 포트폴리오는 모두 개인 사이트 또는 노션이었다. 단, 개인 사이트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제외했다. 두 번째는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제출 이후에는 거의 수정하지 않았지만, 꼭 제출하고 나면 하나씩 오탈자가 보이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보인다. 이 하나 때문에 조마조마할 시간 없이 바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포트폴리오 작성 콘셉트는 이랬다. 첫 장은 간결하되, 꼭 필요한 정보만 노출할 것. 이 포트폴리오를 읽는 사람이 나에게 흥미를 가질지 아닐지 알 수 없으므로 최소한의 정보로 나를 나타내고, 예뻐 보일 것. 링크를 클릭 시에는 나에게 관심이 있고 궁금하다는 신호이므로 프로젝트나 활동에 대해 자세히 적었다.
포트폴리오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작성했다. 첫 번째 부분은 자기소개 부분이다. 이 부분에는 이름, 개인 연락처, 깃 헙, 블로그 주소, 사진,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개발자의 모습을 적은 간략한 문장으로 채워졌다. 사진은 꼭 넣을 필요 없지만 나를 잘 나타내는 사진이라 생각해서 덧붙였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빼곡한 줄글보다는 사진과 함께 있는 글에 익숙하다. 추가로 블로그에 적은 글 중 내가 되고 싶은 개발자의 모습에 대해 자세하게 적은 글이 있어 링크를 삽입해 이해를 도왔다.
두 번째는 보유기술이다. 적어도 이 기술이 어떤 기술이고, 왜 쓰는지 알 수 있는 것만 쓰려고 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내가 썼지만 왜 쓰거나 상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다. 고민 끝에 이 기술들도 포트폴리오에 적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잘한 일인 것 같다. 이유는 포트폴리오에 썼기 때문에 나는 이 기술들에 대해 상세히 공부하게 됐고, 이전에 썼던 코드들의 오류사항도 수정할 수 있었다. 단, 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 번째는 현업 프로젝트 및 토이 프로젝트 등 활동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처음에 노션의 템플릿 중 "Board View"로 작성을 했는데 이미지보다는 내용이 중요하고, 한눈에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Table View"로 작성했다. 각 행에는 프로젝트명과 해당 프로젝트에 사용한 기술을 태그로 추가했다. 그리고 각 링크를 클릭 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기입했다. 프로젝트 기간, 사용기술, 플레이스토어 링크, 프로젝트 설명, 주요 업무, 상세 내용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 등을 넣었다. 최대한 같은 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지원했던 대부분의 회사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앞에서 말한 이직사유, 이력서, 포트폴리오가 정리되면 자기소개서에 쓰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에 공고에서 요하는 자격요건이나 우대사항, 해당 회사의 인재상이나 문화에 대해 충분히 인지 후 작성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이 회사가 정말 나와 맞는지, 내가 원하는 문화를 가진 회사인지 알아보고 나의 어떤 부분이 이 회사와 맞는지 충분히 어필할 수 있게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된 활동이 있었는데, "한 달 어스 - 자기 발견 글쓰기"였다. 이 활동은 한 달 동안 매일매일 자기 발견을 위한 질문들에 답하는 글을 쓰는 활동이다. 이 활동이 도움이 된 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이직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 나는 이제 막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있는 때였다. 자기 발견에 질문들에 답하며, 내가 원하는 삶, 회사에 대해 생각하며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두 번째는 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에 도움이 많이 됐다. 한 달 자기 발견 중 답했던 질문들 자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기에 나를 소개해야 하는 면접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 그중 “당신에게 성공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라는 질문에 답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그 질문을 토대로 제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고, 어떤 게 성공이라고 생각하는지 정리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한 달 동안 쓴 글들이 포트폴리오가 됐다. 글을 써서 SNS에 올리다 보니, 좀 더 심혈을 기울여 쓰게 됐고, 생각만 하거나 말로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 되었다. 더불어 한 달 동안 빠지지 않고 했다는 것에 성실함을 증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