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가치 사이의 흥정

시대보다 먼저 도착한 가치와의 흥정

by Ethan

매일 아침 스마트폰을 가득 채운 뉴스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크고 작은 이슈들을 마주하게 된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자율주행, 저출산, 부동산, 주식, 코인 등 다양한 이슈들이 시장을 움직이고 우리에게 기대감을 주고, 때로는 깊은 좌절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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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슈란 무엇일까?

19세기 영국에는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이슈였다. 자동차라는 혁신 기술이 등장하자, 마차 사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먼저 걸어가며 속도를 제한하게 한 법이다. 당시의 시대는 자동차의 속도를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결국 그 기술을 '붉은 깃발' 아래 묶어두려 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출처 : 이데일리


얼마 전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스타트업 ‘타다’도 이슈였다. 타다 금지법까지 만들어지며 거대한 사회적 마찰을 빚었지만, 결국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행정처분이 형벌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보기에 이 사업이 정책 방향과 맞지 않거나 규칙에 어긋난다고 해서(행정적 판단), 곧바로 경영진을 감옥에 보내거나 범죄자로 만들어서는(형벌적 판단) 안 된다는 이 판결은 혁신이 치러야 했던 혹독한 대가를 상징한다.


비단 '타다'뿐만이 아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LawTalk)’ 역시 수년간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변호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플랫폼의 가치는, 기존 법조계의 견고한 질서와 충돌하며 수많은 고발과 징계로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법무부는 플랫폼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모든 이슈는 타이밍에서 나온다. 그래서 시대보다 한 발 앞선 가치는 이슈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슈란 시대와 가치 사이의 흥정이다

시대가 선택할 것을 미리 선택하는 것, 그리고 시대가 거부할 것을 미리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항상 그 ‘미리’가 문제다.


최근 우리가 마주한 가장 뜨거운 이슈는 AI와 블록체인이다. AI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지식'과 '생산성'에 질문을 던진다.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요약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AI의 속도는 경이롭지만, 동시에 '인간의 노동과 시간은 어떤 가치를 갖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지금 AI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생산성을 우리 삶의 어디까지 허용하고, 인간의 몫을 어떻게 다시 정의할 것인지 그 적당한 선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흥정 중이다.


반면, 블록체인은 새로운 '신뢰 방식'이 이슈다. 국가나 은행 같은 거대 기관이 보증하던 신뢰를 디지털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위험해 보인다. 특히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보안성을 활용하면서도 가치를 고정한 ‘스테이블 코인’ 같은 시도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혁신을 시대의 눈높이에 맞춰 조정하며, 실질적인 ‘쓰임’을 인정받으려는 치열한 흥정의 과정이다.


이슈는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만드는 사고다. 새로운 가치가 미리 도착하며 벌어지는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사고(事故)가 되지만 이것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Next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지 사고(思考)하게 된다.



붉은 깃발법이 그랬고, 타다와 로톡이 그랬듯,

AI와 블록체인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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