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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셀나무 Nov 27. 2023

하마터면 팔자대로 살 뻔했다

-슬초 브런치 오프모임을 다녀와서

 사실 많이 망설였다.

슬초브런치 오프모임 공지 링크에 들어가 참석 신청을 하기까지는. 링크 앞에서 오른손 검지손가락의 머뭇거림과 주저함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브런치에 혼자 조용히 묵묵히 글만 쓸 건데요, 글 써서 팔자 고치려고 시작한 거 아니거든요,..... 그런데 굳이 어색한 오프모임까지?    


  

 “제 올해 목표는 실패하기입니다”라고 교회 소모임에서 말했던 게 생각났다. 뭐라도 좋으니 일단 가만히 있지 말고 시도라도 해보자는 의미였다. 실패해도 낙심할 필요가 없다. 목표대로 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말처럼 비겁한 것도 없다.. 계속 실패를 거듭해도 나는 과연 행복할까? 간절함도 없이 치열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지례 한 발짝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두 발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에게 넘어져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건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다닐 미래가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목표는 도전하기로 말했어야 했다. 그 누구보다도 실패를 직면하기 힘들어하고 두려워하는 약한 사람인 것이 들통났다.


     

 -슬초2_서울 강남_이지만 다 모였어요

 -인스타그램 키우기

 -쓰는 독서 (슬초2기 독서모임)

오프모임 후 내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단톡방들이다. 인스타그램도 없는데 미리 단톡방부터 가입하고, 내가 이럴 사람이 아닌데.

” 내년 일 년은 누구든 내향형 인간으로 사세요! "

” 정해드립니다. 주 1회 이상 모임 나가지 마세요! "

"잘 나가가는 동기들에게 묻어서 가세요! "

여왕 같으셨던 이은경선생님의 임팩트 있던 특강 지령이, ‘라라앤글’ 출판사 등록을 마치신 울트라 캡숑파워  2기 나반장님의 추진력이, 최고령자가 분명한 나를 편견 없이 바라봐주던 따뜻한 동기들의 미소와 환대가 나를 순식간에 변화시켰다.  나이들어가며 사진찍기도 싫어하던 내가 홀린 듯 끝까지 남아 사진도 찍고 소모임도 하고 집에오니 7시도 훨씬 넘어있었다. 몇 주 전 5년 후  일기를 쓰는 마지막 과제가 있었고  첫머리에 이런 내용을  썼었다.

 ' 발바닥에 숨어있던 마지막 용기까지 끌어올려 오프모임에도 나갔던 일이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 만남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기며 매일 읽고 매일 쓰는 기본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 ...,'

( 글 중간 부분에  세븐틴 가사 쓴 것이 채택됐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뜬금없이 그걸 읽은 친언니들의 축하 전화에, 사기 신고 들어올 까봐 식겁해서 2028년 11월 10일 부제 옆에  5년 후의 일기라고 다시 똑똑히 못밖아 놓은 해프닝도 있었다)

이제 5년 후의 일기 첫 부분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오프모임 참석한 나 자신을 정말 칭찬해~


 하마터면 팔자대로 살 뻔했다.

나 자신의 욕구도 모른 채 그냥 세월에 떠 밀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나이만 먹을 뻔했다. 팔자를 고친다는 건 내 안에 갇혀 있던 틀을 깨고 나온다는 것, 게으른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진짜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 이제 팔자 좀 고쳐야겠다. 슬초 2기 동기들, 아니 2기 동지들~함께 해요.


   

-경계는 언제쯤 넓어지기를 멈추는 걸까?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새로운 세상이 늘 닥친다는 사실이었다...... 경계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래서 두렵기도 하고 매우 자주 지치기도 하지만 경계를 넘어가는 동안의 현기증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 고맙게도 함께 건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의 손을 꼭 쥔 채 그렇게......-

-건너오다/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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