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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왈JS Aug 12. 2023

'행복'과 '부의 축재' 그 모호한 상관관계 속에서,

서평.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_로버트 기요사키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Kiyosaki)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들에게 돈에 대한 생각과 행동 방식의 변화를 촉발했다. 저자는 먼저 ‘가난한 아빠’와 ‘부자 아빠’의 삶에 대한 태도와 돈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주목한다. 가난한 아빠는 검소하게 절약하면서 안전한 일자리를 찾아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부자 아빠는 대출을 받아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빠르게 성공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기요사키가 보기에 가난한 아빠의 진정한 문제는 ‘가난하다’라는 사실이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에 그 원인이 있다.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수입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꿈을 자르는 것보다 영혼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中




돈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그것을 통제하고 재산을 모을 수 있으며, 부자들은 돈을 위해서 일하지 않고, 돈이 자신을 위하도록 만든다. 이런 사고의 전환을 위해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야하는 안목과 두려움과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이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 필요한 투자 전략 및 위험성,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 기업가 정신, 지식과 교육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며, 성공적인 시작을 위해서는 기술, 지식, 인맥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주장들은 신자본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냉혹한 극한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평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들이 그렇듯이 이 책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가지고 있다. 돈과 투자, 재무 관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단순하게 풀어냈지만, 이 장점인 지점이 반대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요사키의 “부자들은 돈을 잘 투자한다”는 주장은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이 단순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들이 다루어져야 하는데, 투자와 재무 관리는 그 자체가 복잡성을 가진 주제이므로 “잘 투자하면 된다”라는 일반론은 실제의 투자 전략에 있어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종류의 이론적이고 이상적인 측면은 어떤 의미에서 대중서로써의 베스트셀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일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점은 기요사키의 관점이 상호성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기요사키의 관점은 다분히 개인중심적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어떻게 부의 축적을 이루어 성공적인 인생을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필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아마 어떤 분들은 부자가 된 이후에 기부 등을 통하여 사회 환원을 하면 해결될 일을 괜한 트집을 잡는다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요사키의 관점은 이미 부의 불균형성을 인정하고, 그 불균형한 체제 속에서 내가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 설파한다는 점에 있어서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인생의 모든 가치를 ‘부의 축재’로 환원시켜 검소하고 절약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마치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 간주하는 것은 사람마다 지닌 기질적 차이나 가치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부의 축재’라는 인위적인 기준선을 정하여 그 기준선 아래 있는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게으르거나 부정적 사고를 가진 일종의 주변인으로 격하시키는 경향이 일정하게 이 책에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삶의 기준과 모습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기준선을 인위적으로 정한다는 것은 차별과 배제의 은폐된 논리가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에서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WHR)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통계는 한국보다 GDP가 낮은 국가들의 행복지수가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기요사키의 주장이 바른 것이라면, GDP가 높은 나라의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의 크기가 정량적으로 더 큰 것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GDP가 낮은 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고 비판할 수 있는 정당한 기준선은 없다. 가난하다고 해서 삶의 태도와 가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며, 가난한 상태 그 자체가 비판이나 비난받아야할 상태인 것도 아니다. 이쪽과 저쪽이 각각의 매트릭스 안에 갇혀 있는 분리된 세계라면, 이질적인 논리를 가진 두 세계가 존재할 뿐이지, 그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지점에서 과연 가난한 아빠의 생각과 태도는 정말 잘못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기요사키의 관점은 ‘부’를 기준으로 이 세계를 이항대립으로 나누고, 이쪽이 저쪽보다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전파한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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