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금 Jun 05. 2018

아프지 않은 여행을 꿈꾸며

by 아들바라기 나금

여름휴가를 보낼 프랑스행 비행기표를 결제했다. 장시간 한국을 떠나 그리웠던 사람들도 만나고, 신나게 놀다 올 생각에 설렌다. 다만, 한가지 마음이 아픈 것은 큰아들 훈이는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주에 우리 대화를 듣던 훈이가 "엄마, 나 빼고 프랑스 갔었어?" 했었는데, 올해도 녀석만 빼고 가게 생겼다.


몇년 전부터 훈이 아빠에게 함께 가게 해달라고,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터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고 설득했지만, 아직 어림도 없다. 8살이 되면 보내준다고 했는데 막상 7살이 되니 내년도 어린 것 같다며 더 크면 보낸단다.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흐를줄 몰랐겠지. 몇 주 전에는, "엄마랑 살고 싶어. 그런데 나는 할아버지가 죽어야 엄마랑 살수 있어." 하고 말하는 아들을 보면서 이런말을 어디서 들었을까 싶어 착잡했다. 훈이에게 "네가 원하면 언제든 어디서든 원하는 사람과 살 수 있는거야."라고 이야기했지만, 7살 아이가 의사표현을 명확히 하고 실천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대신 "하고 싶은데로 하기에는 훈이가 아직 어려. 아빠도 걱정할거야. 그러니까 우리 힘을 길러야해. 튼튼하게 빨리 자라자! "하고 약속을 했다.


이혼 후 한동안은 아이와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 마음이 시리고 아팠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집, 아빠집 어디에서건 아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이 상황에 집착하기 보다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고,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훈이는 양가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애나와 카미와도 잘 지내고, 쟝 파파도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는 불어도 조금씩 배우고 있고, 프랑스 가족들과도 잘 어울린다. 이번에 시엄마가 오셨을때는 "프랑스 할머니~"하면서 (언어도 안통하는데) 할머니와 둘이 한참을 놀았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프랑스도 갈 것이고, 아이가 원하다면 세계 어디든 여행하고 경험하게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마음 편히, 언젠가 아들과 함께 할 곳을 미리 여행한다는 생각으로 다녀와야겠다. 지금보다 더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니. 기쁘고 다행이다.


이렇게 들판같은 산 위에서 훈이와 피크닉을 해야지
쟝의 부모님이 결혼식을 올린 산 속 성당도 가보고
남프랑스 산 속에 어딘가에 열린 열매도 따먹고


매거진의 이전글 셋째는 아들이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