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커플의 주말밥상
주말 점심.
"뭐 먹을까?"
라는 질문에 둘 다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비빔면? 짜장면? 난 오늘따라 면이 먹고 싶다. 자극적인 양념을 뱃속에 넣어줄 타이밍인가 보다.
그런데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한국 요리는 당기지 않는 표정이다.
몇 차례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서로 먹고 싶은 게 다르고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 고민하지 말고 각자 알아서 먹고 싶은 거 해 먹자.
그 결과.
한 상위에 너무나도 다른 음식 두 가지가 차려졌다.
난 매콤한 메밀 비빔면.
남편은 느끼한 라이스 샐러드.
결국 각자 만든 것과 동시에 상대방의 요리도 맛보는 우리 부부.
비빔면은 참기름의 고소함이, 라이스 샐러드는 마요네즈의 고소함의 매력이다.
한 테이블 위에 전혀 다른 음식 두 가지가 올라와도 낯설지가 않다.
식사뿐이랴. 평소에는 너무나 다른 생각들이 테이블 위를 오간다. 국적이 다른 사람과 살다 보면 흔한 일인데 이게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쉽지는 않다. 때론 다른 생각을 설명하고 납득하는 과정이 지난하고 버거울 때도 있고, 혹여나 서로에게 오해를 살까 봐 말 한마디 뱉을 때마다 신중함을 발휘해야 한다.
아, 물론 모든 결혼생활이 그렇겠지만. 국제결혼 커플에게는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까.
사실 오늘도 아침부터 같은 사안에 대한 다른 의견과 다른 표현 방식을 주고 받으면서 한바탕 하고 말았다.
서로 사랑하는데 왜 싸울까. 다행이 늦지 않게 후회하고는 하지만 막상 갈등을 직면한 순간에는 감정 표현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가 점심 준비를 하면서 다시 깨달았다. 때론 합의를 이뤄 한상을 차려내도 좋지만 아예 다른 메뉴 그대로 준비하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기를 선택하는 것 또한 방법이라는 걸 말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