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나는 이른 새벽녘에 눈을 떴다. 그런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거다. 달빛도 없는 밤인데다 숙소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완전한 어둠 속에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내 눈에 무언가를 뿌려 내가 아무 것도 볼 수 없게되는 그런 악몽을 꾸었는데, 현실 세계에서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 내게 약간의 공포를 느끼게 했다.
핸드폰 신호도 잡히지 않는 곳이라서, 그 날 파리연쇄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중에 알고서 어떻게 그런 참혹한 일이 일어났는지 믿어지지 않았고,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더군다나 생 마르탱 운하는 물길를 따라 조용하게 산책했던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러니 눈을 떠도, 계속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