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불러세웠다. 한동안 왜 안 보였냐고 잘 지내느냐고 묻는 집주인. 그의 머리 바로 위에 레몬나무 가지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레몬이 한가득 달려있었다. 타원형의 매끈한 형태도 좋지만, 녹색에서 밝은 노란색으로 바뀌어가는 색의 변화가 더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내가 자꾸 레몬을 쳐다보는걸 눈치챈 주인이 냉큼 레몬 2개를 따다가 내 손에 쥐어줬다. 아직은 먹을만한 시즌이 아니냐고 묻자, 아니라고 했다.
그 날 이후 고민이 시작됐다. 레몬으로 무슨 요리를 해먹을지. 그리고 요새 계속 밖으로 나다니는데, 요리할 시간이나 있을지에 대해.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은 계속 흘렀고, 결국 레몬은 점점 시들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예쁘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