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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08. 2015

침낭이 없어서 비박을 못했어

진정한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는 비박을  해야 해,라고 말했지만 비박은 사실 쉽지 않다. 원래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데다, 자고 있는 동안 야생동물이 다가올 것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비박을 하겠다는 내 결심이 점점 약해질까 봐 현지 여행사에게 여러 번 인지시켜뒀다. 음, 나는 한국에서 온 용감한 청년이라고. 그런데 막상 숙소에 도착했는데 침낭이 없다. 아니, 어떻게 침낭이 없을 수 있냐고 따져 묻자, 저기 이불이 있지 않냐는 가이드의 대답. 이불? 이불을 머리 끝까지 다 덮으면 숨이 막힐 테고, 목까지만 덮으면 얼굴이 춥지 않느냐고. 


에이, 몰라하는 마음으로 어영부영 숙소 건물 안에서 뭉개고 있다가 잠이 들어버렸던 거다. 이른 새벽에 잠을 깼고, 이불을 가지고 나와서 평상에 앉아 있으니까 그래도 비박을 하는 것 같기는 했다. 이불 하나로는 추워서, 두 개를 가져와 온 몸에 덮었다. 그 궁색한 자세로 하염없이 별을 봤다.


#사진은_있는데_올리지_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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