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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Jun 19. 2023

사실은 (남자) 어른을 위한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_슈렉

2018년(아들 3살), 아빠의 영어공부를 위해 100번 반복해서 보고 들은 슈렉

영어공부를 위해 100번 정도 반복해서 본 영화가 있습니다. ⟪About Time⟫, ⟪Wonder⟫, ⟪Flipped⟫,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그리고 ⟪Shrek⟫ 이죠. 100번씩 보았다고 해서 갑자기 영어의 말문이 트이거나 영어가 잘 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미 없는 문장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요즘은 하루에 원서를 20분씩 읽는 것으로 영어공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또 100번씩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영화 한 편을 100번 반복해서 듣고 따라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그냥 음악 듣는 것처럼 반복하면 되니까요.


8살 아들과 처음으로 모든 시리즈를 함께 본 슈렉

8살이 된 아들과 집에서 볼 영화를 고민하다가 ⟪Shrek 1⟫을 함께 보았습니다. 사실 해리포터를 보고 싶었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는 3편 이후부터 급격하게 분위기가 어두워져서 패스. 일단 전체관람가 중에서 보고 싶은 만화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귀여운 초록색 오거(괴물) 이야기인 슈렉을 아들과 함께 보게 되었죠. 그리고 1편을 볼 때까지는 몰랐던 사실을 4편까지 모두 보고 난 다음에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남자) 어른을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요.



각 시리즈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슈렉 1_슈렉이 피오나를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

슈렉 2_슈렉과 피오나가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슈렉 3_슈렉과 피오나를 대신해 자신을 지켜줄 왕자를 찾는 이야기

슈렉 4 포에버_슈렉과 피오나가 마녀들을 무찌르는 이야기


조금만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슈렉 1편. 친구도 가족도 없이 숲 속의 오두막에 사는 외톨이 괴물인 슈렉이 등장합니다. 성격도 괴팍하고 얼굴도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슈렉이죠. 괴물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슈렉을 잡으려고 하나 그렇게 쉽게 잡힐 슈렉이 아니죠. 그러다가 우연히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해오면 자신의 늪지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 준다는 악독한 왕의 제안에 넘어가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갑니다. 그곳에서 용을 만나고 피오나 공주를 구출하고 결국엔 사랑에 빠지게 되죠. 1편은 우리가 흔히 보고 들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다만 잘생긴 왕자가 아니라 못생긴 오거가 주인공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죠.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슈렉 2편. 피오나와 결혼한 슈렉은 피오나가 어릴 적 살던 왕국으로 돌아갑니다. 겁나먼 왕국(Far Far Away)이라는 곳이죠. 여기서 피오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다시 말해 슈렉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왕이자 장인어른은 슈렉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결혼을 했음에도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거죠. 첫 만남에서 슈렉과 장인은 크게 싸운 뒤,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인데, 어른들의 갈등(장인어른-사위)을 나름 세심하게 그려냈습니다.


슈렉 3편. 장인어른과의 갈등과 문제를 잘 해결하고 겁나 먼 왕국에서 잘 지내던 슈렉은 갑자기 왕국이 아닌 자신의 늪지로 돌아가고 싶어 집니다. 피오나와 단 둘이서만 살 수 있는 평화로운 곳으로요. 그래서 슈렉은 자신이 아닌 다른 후계자를 찾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죠. 여행을 떠나는 날 피오나는 말합니다. 임신을 했다는 기쁜 소식을 말이죠. 그런데 슈렉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갑자기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무게감을 느끼는 슈렉의 모습을 잘 그려낸 3편입니다.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국은 슈렉과 피오나를 꼭 닮은 세 쌍둥이를 낳고 행복하게 마무리됩니다. 항상 끝은 해피엔딩이니까요:)


슈렉 4편. 세 쌍둥이를 키우는 육아는 쉽지 않습니다. 왕국에서 돌아가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늪지에 왔지만, 하루하루는 매일 똑같습니다. 아침에 아이들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아이들 이유식을 챙겨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트림을 시키고, 놀아주고, 잠을 재우죠. 그리고 이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처음에는 행복하게만 생각했던 그 사소한 하나하나가 반복되는 일상이 되자 슈렉은 예전의 자유가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죠. 바로 단 하루의 자유를 위해서 마법사와 위험한 거래를 합니다. 



어쩌면 (남자) 어른을 위한 만화

아들과 2주에 1편씩 슈렉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2달의 기간을 보았죠. 1편을 볼 때는 예전의 영어공부를 하면서 들었던 문장들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보았습니다. 아들이 물어볼 때 하나씩 설명도 해주면서 말이죠. 신데렐라, 피노키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설공주 이야기까지 해주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2편, 3편, 4편을 이어서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건 아들에게 설명해 줄 수 없는 (어른들의)이야기인데?'


어른들의 갈등의 이야기를, 아빠로서의 무게를, 가끔 생기는 삶의 권태로움을 어떻게 아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냥 혼자서 감탄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아들보다 아빠가 더 집중해서 말이죠. 슈렉을 검색하다 보니 곧 슈렉 5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5편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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