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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인의병 Feb 17. 2023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7

달과 해

<(좌) 10+18주 / (우) 10+19주, 203, '엉뚱. 익살. 발랄'의 아이콘 김호시>



스크티시 폴드 믹스(아빠)와 페르시안 친칠라(엄마) 사이에 태어나 아빠를 쏙 빼닮은 김호시는 실버 태비 코트를 입고 있다. 파란색이 아주 약간 섞인 노란색 그라데이션의 눈, 이마에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한 스티치 무늬가 인상적이다. 집사와 거리감이 전혀 없고 언제, 어디서, 어떤 자세로든 잘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과 몸짓을 가진 야옹이다.


우리 집에서 김호시는 '엉뚱. 익살. 발랄함'의 아이콘을 담당한다. 늘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불쑥 튀어나오고 집사의 과한 스킨십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가끔'보다는 훨씬 더 '빈번'하게 자다가 집사 발에 차여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줄 안다.




<(좌) 10+126주 / (우)10+133주, 203, '엄격. 근엄. 진지'의 아이콘 고탐탐>



스코티시 폴드 믹스(아빠)와 페르시안 친칠라(엄마) 사이에 태어나 엄마를 쏙 빼닮은 고탐탐이는 화이트+베이지+그레이가 섞인 삼색 코트를 입고 있다. 까칠한 성격과는 정반대로 '털털'한 몸과 녹색이 섞인 노란색 그라데이션의 눈, 두 귀 사이에 난 작은 뿔 모양의 털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집사와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미모 관리에 무척 공을 들이는 계획적이고 규칙적인 삶을 추구하는 야옹이다.


우리 집에서 고탐탐이는 '엄격. 근엄. 진지'의 아이콘을 담당한다. 밥때에 매우 민감하여 정해진 시간에 집사가 밥을 주지 않으면 빽빽이를 시전한다. 집사의 스킨십을 참아 준 다음 반드시 그루밍을 하고 언제나 같은 표정과 레이저 눈빛으로 공평무사하게 집사를 대한다.




<10+117주, 203, 내 집 마련의 꿈>



시간을 두고 찬찬히 김호시를 관찰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 하나. 호시 주위에는 늘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별다른 일이 있을까 싶은 일상에서도 호시가 일으키는 모든 사건은 늘 흥미롭다. 그런 까닭에 호시를 담은 많은 사진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카메라를 낯설어하지 않는 호(포)토제닉한 모델인 호시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라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닮았다. 언제나 다른 사물이나 상황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다채로운 김호시를 보여준다.




<10+113주, 203, 고탐탐이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고탐탐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역시나 "내가 고탐탐이다!"랄까? "있는 건 있고, 없는 건 없다."라는 파르메니데스의 말처럼 탐이는 탐이고, 탐이가 아닌 건 탐이가 아니다. 탐이를 담은 사진에는 탐이만이 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걸 희미하게 만들며 홀로 반짝이는 존재다. 부럽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호시와 탐탐. 이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두 야옹이는 집사의 그저 그런 취미생활에 동참하며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주고 있다.




<(좌) 10+30주 / (우) 10+124주, 203, 호그니처 포즈>



김호시는 남다른 골반을 자랑한다. 호시가 어디 앉으면 여유로움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쩍벌당당한 골반과 대왕 너구리 꼬리는 호시의 시그니처 포즈를 완성한다. 호시를 상징하는 또 다른 자세는 뒷다리 하나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호시는 벽에 기대어 쉬거나, 앉아서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도 뒷다리 하나를 들곤 한다.




<(좌) 10+221주 / (우) 10+222주, 302, 탐그니처 포즈>



반면 탐이가 앉은 자세를 보면 집사는 팔불출이라지만... 기품이 넘쳐흐른다. 항상 꼿꼿한 자세로 앉아 집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눈빛을 보낸다. 네 발을 적절하게 이용해 흐트러짐 없이 균형을 유지하면 탐이의 시그니처 포즈가 완성된다.


서로 다른 두 야옹이가 갖는 개별적 특성은 표정이나 자세, 움직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세부 요소들을 관찰하는 것은 좋은 집사가 되기 위한 조건인 동시에 큰 즐거움이다. 우리가 대략 아는 고양이에 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재정립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10+36주, 203, 너의 귀여움이 날 부를 때>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내 마음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中



<관계성>, <헤라클레이토스>라는 키워드에 하나 더 추가할 말은 <달>이다. 탐탐이와 비교하면 호시는 '달' 같은 매력을 가진 야옹이다. 조금씩 변화한다. 일정한 주기를 갖는다.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집사가 호시에게 카메라를 들 때면 호시는 마치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이다. 호시의 얼굴과 몸의 근육들이 만드는 표정과 자세는 어느 날은 눈썹달이었다가 다른 날은 반달이었다가, 또 다른 날에는 보름달 같은 매력을 자아낸다.


호시의 귀여운 표정이 담긴 위 사진을 보고 장필순이 부른 노래 가사를 떠올린 이날, 집사는 결심했다. "오늘 같은 날 (너의) 귀여움이 (집사) 날 부를 때 조용히 간식을 대령하겠노라고..." : )




<10+110주, 203, 탐탐계(系)>



<존재>, <파르메니데스>라는 키워드에 하나 더 덧붙일 말은 <해>이다. 호시와 비교해서 탐탐이는 '해' 같은 매력을 가진 야옹이다. 늘 자기 자리에서 변함없는 존재감을 뿜어낸다. 태양계의 중심이 태양인 것처럼 탐탐이는 세계의 중심이다. 모든 것은 탐탐이를 중심으로 존재하고 돌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집을 <탐탐계(系)>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위 사진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탐탐이 사진이다. 나의 개별적인 취향인 사진의 질감도 물론이거니와 집사가 생각하는 탐이가 가진 고유한 표정과 다른 야옹이들과는 분명히 대비되는 등 곡선의 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10+252주, 302, 서로 닮아가는 호시탐탐>



호시와 탐탐.


두 야옹이와 함께 한 시간이 벌써 다섯 해를 훌쩍 넘어간다. 작은 변화들도 감지된다. 각각의 특성은 고스란히 유지한 채 두 야옹이는 서로를 닮아간다. 닮음을 안다는 건 다름의 가치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두 야옹이는 함께 있어서 각각이 더 빛난다. 덕분에 집사도 다른 듯 닮은 매력을 가진 두 야옹이의 사연과 처지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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