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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권지모 (杯棬之慕)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마음.

by 승하글


영식이의 냉장고


영식이 집 냉장고 안엔 벌써 쉴 대로 다 쉬어버린 반찬들이 있다. 곰팡이가 피어도 절대 버리지 않고 몇 달이고 그 자리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식이는 김치냉장고의 김치를 먹지않고 그대로 나눈다. 김치를 좋아하는 영식이는 왜 김치냉장고의 김치를 먹지않고 늘 사서 먹는지 또 냉장고 안의 반찬은 왜 버리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영식이와 술을 먹던 어느날


“야 너 왜 냉장고 안에 반찬 쉬어빠지도록 안 버리고 그냥 내비두냐 냄새나 인마”


“아 그거 못 버려 그거 버리면 이제 이 세상에 엄마가 해준 반찬이 없어. 그래서 못 버리겠어 엄마가 두고 간 마지막 반찬이라서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울 엄마 김치도 못 먹겠어 그거 다 먹으면 이제 엄마 김치 못먹잖냐 야 나 왜 그 흔한 엄마랑 찍은 사진이 제대로 된 게 없냐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이나 많이 찍어둘걸. 내 시간이 빨리 가면 갈수록 엄마랑 더 멀어진다는 걸 왜 몰랐을까? 넌 잘 해드려 인마 살아계실 때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어? 엄마가 뭐 물어보시면 짜증 내지 말고 대답도 잘 해드리고 또 뭐냐...그냥 손 한 번 더 잡아드리고 어릴 때처럼 응석 부리면서 사랑한다하면서 애교도 부리고 그래..내가 지금 너무 후회가 돼서 그래 넌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응 후회하지 말고 꼭 살아계실 때 잘 해드려라”


그날 영식이는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펑펑 울었다.

영식이의 냉장고는 영식이에게 엄마의 마지막 흔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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