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같은 하루에 시적인 순간
유난히 감성적이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부는 바람에 의미를 담고 흩날리는 꽃잎에 마음을 담고 차가워진 새벽 공기에 미련을 담고 싶은 그런 날 말이다. 그런 날은 될 수 있으면 어두운 밤이나 새벽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그러지 못한다. 유난히 감성이 차오르는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글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휘몰아쳐 오는 감정에 힘들지만 그로 인해 속에서 자라온 활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확실한 것은 다정함은 낮에 태어나고 애절함은 밤에 태어난다. 그것들은 성질이 다른 만큼 태어나는 시간도 다르다.
다정함이 태어나는 낮은 말 그대로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과도 같으며 유난히 햇볕이 따사로운 초여름의 어느 낮과 같다. 반면 애절함이 태어나는 어두운 밤과 푸르스름한 새벽은 눈 나리는 시린 겨울, 급격히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춘추의 계절과도 같다. 이렇듯 글에는 사계절이 다 담겨있고 계절마다 주는 감성과 감정이 다르다. 오늘의 시적인 순간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시를 이야기하고 시가 태어나는 순간을 되뇌어보는 바로 이 순간. 그렇게 오늘 시 같은 하루가 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