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by your name

그 해, 여름손님

by 승하글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나는 나의 입을 통해 너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언제까지나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너를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그 말을 뱉음과 동시에 무언가 모를 감정이 나를 휩쓸고 갔다.


“당신이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 같다면 내일 떠나기 전에, 택시 문을 닫기 전에, 장난으로도 좋고 불현듯 생각나서라도 좋아요,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 테니까, 나를 돌아보고 얼굴을 보고 나를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줘요.”


유난히도 뜨겁고 녹아내릴듯한 뙤약볕에 지치는 여름이었다. 한 여름에 찾아온 첫사랑은 여름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고 그 사랑은 나를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한순간이라도 좋았다. 오래 간직하지 못할지라도 그의 곁에서 평생 머무르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그저 오늘을 그저 내일을 그러니까 지금 당장 그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의 눈길을 받을 수 있고 그 손길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더 바라고 더 바랄게 없는 사랑이었다. 사실은 기억해주기를 사실은 붙잡아주기를 사실은 그의 입가에 머무르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마음을 차마 내비칠 수도 없었지만 마지막 발걸음을 떼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그가 간절했다.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맞다,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는 후폭풍이다. 그래서 더 참담했고 그래서 더 괴로웠다. 잊으려 억지로 지워보려 부단히 애를 쓰던 나에게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지금 억지로 이 마음을 다 떼어내고 나면 훗날 나의 다음 연인에게 줄 마음이 없어진다고 그러니 지금 이 괴로움도 슬픔도 내가 느꼈던 행복과 함께 기억하고 간직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억지로 노력하지 말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결국에는 괜찮아질거라는 것이었다. 그래,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을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했고 내가 나아가는것에 첫사랑이 짐이 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랑은 사랑으로 간직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다 괜찮아졌다. 사랑에 아파하고 슬퍼하고 무너지고 또 행복하고 기뻐하며 나는 성장했다. 여전히 가슴속에 남은 첫 사랑은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간직하는 마음이 되었다.



이전 16화나 모르게 받은 벌이 꽤 많았겠어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