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gene Feb 22. 2017

시작은 맥시멀리스트

미니멀라이프 더 비기닝 시즌1

엄마가 봤다면 귀신나오겠다고 등짝을 후려칠 2011년의 우리 집


난 사실 맥시멀리스트였다.

일본 드라마에서 간간히 보여지던 주인공들의 물건으로 가득 찬 방.(오타쿠의 방은 아니고 ㅋ)

사실 그게 그 당시의 내 로망이자, 워너비였다.


어딘가 여행 가면 티켓부터 해서 엽서, 포장지에 영수증까지 다 싸매고 챙겨 왔고, 잡지를 찢어서 벽에 붙이면서 흐뭇해하던 시절이었다. 구독하던 잡지들은 점점 책장에 가득 쌓이기 시작했고, 매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택배가 왔다.

티셔츠는 무조건 색깔별로 여러 개씩 장만하고, 특이하거나 재밌는 그래픽티를 마구 사 모으기도 했었는데, 한 번씩 티셔츠를 착착 개어 쌓아보면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 사진이 어디 있더라...)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사 온 음료 및 식품들이 냉장고엔 그득하게 쌓여갔고,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음식물들도 부지기수로 많았다. 새로 산 운동화 박스가 쌓여 서랍이나 수납장으로도 쓰였고(엄마가 보면 '지네'라고 했겠지), 예쁜 브랜드 종이가방조차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게 산더미였다.

게다가 초등학교 때부터 모아둔 친구들과의 쪽지, 편지, 성적표, 일기장, 교환 노트는 버리지도 않고, 대학 전공서적까지(아니 졸업한 지가 언젠데!!! 심지어 전공을 살린 직업도 아닌데!!!)  몇 개의 박스에 나뉘어 이사한번 할 때마다 다 꺼내서 추억팔이를 하기도 했다.


지금에서야 그때를 돌이켜보면 얇아빠진 월급통장과 야근과 철야로 점철된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물건의 구매로 해소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얇아빠진 통장이 더 얇아질지언정...


다행히도 자취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그래도 청소는 게을리하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워낙에 잔짐이 많아진 상태라 그 사이사이에 쌓인 먼지들까지 청소하려면 분기별로 한 번씩 온 집안을 다 뒤집어엎어야만 했다. 소위 말하는 환경미화의 달이 있었달까.



뭐 어쨌거나

나는 맥시멀리스트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