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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Mar 20. 2021

알바의 여왕

손가락만으론 꼽을 수 없는 다양성

S#1. 전북일보 보급소

내 첫 알바는 초등학교 6학년 때야

뭘 했을까? 신문배달을 한 달간 했어

놀랍지? 초등학생이 신문배달이라니

허락해준 엄마가 놀라울 따름이야


초등학교 6학년 '내 돈 내산'의 경험

얼마를 벌었는지 기억은 안 나

보라색 광택 나는 누빔 조끼를 샀어

색이 얼마나 예쁘던지, 꼭 갖고 싶었거든

보라색 광택 조끼라고 검색해봤어

악.. 그때 그 조끼랑 정말 비슷해

중국 구매대행 '다 팜'(출처:네이버 쇼핑)

S#2. 미술실

중, 고등학교 시절은 공부하기도 바빴어

고2 여름까지는 학교 미술실에 박혀 있었지

미술 선생님 덕분에 입시미술학원엘 갔어

미술학원 장학생 의무가 뭔지 알아?

남학생은 청소나 비품 정리를 해야 하고,

여학생은 아주 열심히 그림을 그려야 해

땡땡이치는 친구들에게 모범이 돼야 하니까

미술학원 면학 분위기를 잘 만드는 게 의무야

그 정도 일이야 뭐 아주 훌륭하게 해냈지


S#3. 강북구 번동 놀이공원

드림랜드라고 알아? 강북 번동에 있던 놀이공원

지금은 '북서울 꿈의 숲' 나들이 공원이 된 곳이야

놀이공원 입구 대형 안내도 그리기 알바도 했어

학과 선배님들과 함께 정말 재미있는 알바였지

가장 미대생스러운 알바였어 간판 그리다 쉬는 시간엔 놀이기구도 공짜로 탈 수 있었어

놀이기구는 역시 롤러코스터가 제일이지

뉴스 자료사진 (출처:위클리서울)

S#4. 호텔 커피숍

청량리 롯데백화점은 1994년 3월에 열었어

그전엔 맘모스백화점과 맘모스호텔이 있었지

호텔 직원만큼 트레이를 잘 드는 웨이트리스

그게 바로 나야! 물컵 40개 짜리도 거뜬했지

대학 2학년부터 3학년까지 주말마다 알바를 했어

시급이 높고 그냥.. 멍 때리기 좋아서였지

대부분 맞선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전지적 관찰 시점에서 꽤 흥미로웠어

맞선의 성공 실패를 점치는 놀이라고 해얄까?

총지배인님이 졸업하면 호텔리어로 들어오래

2달은 몰라도 2년씩 하는 애는 없었나 봐


S#5. 선거 사무실

1991년 3월에 지방선거가 부활된 거 알아?

미대를 다녀서 그랬는지 선거 홍보물 알바도 했어

내가 홍보한 후보가 당선되었냐고?

떨어졌어! 출마의 목적이 세금을 줄이는 거래

동네 건물이 많더군 손 사장님이라고 불렸어

알바비는 잘 받았어, 결과 발표 전에 끝냈거든


S#6. 대학교 교정

1995년 1월 9일(월) 첫 방영된 모래시계

거기 나 여러 번 나와, 애써 찾아보지는 말고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기초반 시절이야

드라마 공부 핑계로 엑스트라 알바도 했지

고현정을 정말 가까이서 봤어..

음.. 느낌은 생략할 게


기초반은 드라마 중심의 교육이 많았어

시간이 될 때마다 드라마 현장을 보는 건

돈도 벌고 공부도 하는 그런 시간이 었지

씬(scene)과 시퀀스(sequence)의 차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배우는 거야


새벽 바다 씬이나 카페 씬, 수영장 씬들이 모여 하나의 시퀀스가 되기도 하지

가끔 한마디 대사가 있는 단역도 해 봤어

SBS 드라마 모래시계 VOD 서비스

S#7. 복층형 오피스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난 자유직업 코드야

자유직업이란 키워드는 날 각성시키기 충분했어

방송작가라는 그럴싸한 호칭에 현혹되지 않도록


6년 중 절반은 투자의 시간이 돼버린 거지

3년은 소득이 평균 월 120만 원 수준이었으니까

나머지 3년간 전투적으로 투자 회수에 나선 거야


정규방송 일하면서 외주 프로그램도 하나 더 했어

그리고 방송국 바깥일에 더 많은 시간을 썼지

일이 많을 때는 후배 작가들의 손을 빌리기도 했어

물론 방속국 원고료의 120% 이상을 지불했어


이때는 계약서를 쓰지 않고는 일하지 않았어

비용도 내가 정했지, 주간 회차 원고료의 120%

그땐 내 주급이 꽤 높았거든, 1주일 작업 분량은 120만 원 이상 서로 이익이 될만한 거래를 했어


요즘은 유튜브로 모든 콘텐츠가 소비되지만 그때는 교육 콘텐츠는 모두 비디오로 만들었지

비디오를 만들 때 시나리오가 필요해

연예인 OOO의 다이어트 비디오

OO대학교 스타플레이어 농구 비디오 등등

유료 ARS 서비스도 시나리오가 필요해

음란전화나 역술인 상담 이런 거 말고도

김OO통보관의 일기예보 시나리오

연예인 OOO의 삐삐 인사말 서비스

SBSi 디지털 시대 작가 탐험 콘텐츠도 작업했어

그밖에도 웹서비스 네이밍, 서비스 소개 문구

회사 소개 윤문 작업, 유명인 자서전 윤문 등등

빼곡히 빈틈없이 영혼을 갈아 넣으며 일했지

이렇게 일하면 돈은 되는데 몸이 망가져

다크서클이 가슴까지 내려오거든..


3년 정도 미친 듯 일하고 난 뒤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월급쟁이 제안을 수락했어


열심히 번 돈으로 일산에 오피스텔을 분양받았지

바보 같은 짓이었어 아파트를 샀어야 해

그땐 호수공원 바로 앞에 복층 오피스텔에 살면서

주거환경에 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거지

비슷한 오피스텔 분양정보를 덥석 물었지 뭐야


역시 난 부동산엔 예나 지금이나 소질이 없어

금과 주식투자는 잘해보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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